첫날은 무사했어요 - 최전호 : 아랍 여행 생존기
최전호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기를 읽으면 다른책보다도 저자가 많이 의식된다.  읽다보면 호감형도 있고 자의식과잉이거나 뻥이 세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최전호는 넘 귀여운 초호감형 친구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니 정말 잘 어울린다.

요즘 20대, 라고 하면 내가 완전 뒷방 늙은이같긴하지만 읽다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건 나보다 어린 세대가 쓴 책이구나... 

만약 내가 태어난 70년대 생이 이런 책을 냈다면 너넨 꿈도 꾸지마풍의 거대한 포부와 내가 이제 어떻게 사는지 보라는 식의 7막7장류의 지자랑이 빠지지 않았을텐데 이 책의 저자 최전호는 그렇지가 않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부족한 용돈을 구할때도 어깨에 힘 하나 안들어가 있고 여자의 도움을 받을때도 딱 귀여울 만큼의 허세만 부린다. '지옥의 링'의 까치는 맷집이 좋은게 아니고 꾹 참은거 아니었나. 우리세대의 남자들은 그렇게 어이가 없었다.   

흔하지 않은 중동지방 여행기를 쓴 사람치고는 너무 담백하고 치기가 없다고나 할까. 글도 제법이다. 이런 글에서 느껴야 하는 설익고 지나친 감상- 예를 들면 최근에는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읽다가 닭살 쫙 돋았다.  사진도 예쁘고 크로아티아도 너무 멋진데 감정이 지나친 글때문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궁금한 아랍의 여행기, 허세를 쫙 빼고 적어내려간 그의 모험은 1년전쯤 인상깊게 읽었던 잘 지내나요 청춘 을 떠올리게 한다.  

나보다 어린, 부모가 많은 것을 해줬지만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려면 수많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가로막힌 세대, 외국에 목적없이 사는 것이 더이상 굉장한 일이 아닌 세대, 소소한 일상의 사치를 이해하는 세대. 

 

잘지내나요 청춘은 책도 참 예뻤다. 일본에 사는 몇몇 젊은이들의 일상을 통해 청춘을 보여주는 이 책이 첫날은 무사했어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느끼는 세대의 간극을 일깨워주기 때문일거다.

앞표지가 찢겨서 와서 교환해야 했던 통에 이번에 산 중에 가장 빨리 완독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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