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을 읽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딴지걸 생각합니다. 또는 그 소설가의 표현방식에 대해. 세번째는 읽고 나서도 생각이 나야 합니다. 처음에 줌파 라히리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고 표지는 너무 어두워서 파이이야기때처럼 표지 때문에 책을 사고 싶지 않게 했습니다. 단편집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미국의 인도 이민자 1-2-3세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뻔한 얘기는 아닙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도이민자들은 바로 한국의 이민자들입니다. 다르지 않아요. 아이들은 머리가 뛰어나고 공부를 잘해서 미국아이들보다 좋은 학교를 가고 성공도 합니다. 자식의 성공은 자기자신과 가족의 성공이며 자식의 실패는 자신과 가족의 수치입니다. 정말 비슷하죠. 하버드나 스탠포드 어디에도 인도이민자들의 아이들이 있고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뱅골의 아이들이란 낙인이 찍혀있습니다. 전혀 인도와 상관이 없이 살아도 인도사람이라고 불려야 하는 그들의 진한 얼굴은 슬프면서도 연한 인상인 우리와 닮았습니다. '조이럭클럽'과 같은 이민 소설이 중국와 미국의 간격에 돗보기를 들이대고 있다면 '그저 좋은 사람'은 이민자의 마음에 돗보기를 들이 댄 듯해서 더한 공감이 있는 것같습니다. 섬세하고 훌륭한 상황표현은 이 소설이 주는 큰 선물입니다. 수사가 많지 않게 이런 좋은 글을 쓰는 작가를 저는 좋아합니다.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도 오호 인도인들이란! 정말 우리랑 다르군, 이런 느낌보다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가정에는 모두 이런 사정들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읽지 않았을까요. 평소에 가지고 있던 무례하고 자기들밖에 모르는 인도사람-이라는 선입견은 조금은 순화되었지만 소설속 그들의 모습은 아주 그게 틀린 생각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맨 처음 에피소드인 길들지 않은 땅이 기억에 남습니다. 딸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를 모셔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노후를 즐기는 아버지는 딸과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찬찬히 아름답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