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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기억
안채윤 지음 / 자화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일년에 한번씩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던지,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혹은 짧은 쪽지..
손편지를 참 좋아했지만 이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더 편해진 우리.
서촌의 기억을 다 읽고 나면, 이 여운으로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것이다.
서촌의 기억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낡은 한옥을 매입한 남자 박태인이 집공사 중에
1950년에 구자윤이라는 남자가 짝사랑 하던 여인에게 쓴
217통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우연하게 발견된 수취인 불명.. 편지 217통.
이 편지 안에는 첫사랑과 낭만, 연민, 우정, 그리움, 위로.....
모두가 들어있다.
"한사람에 대한 연모"가 큰 주제 이지만 그 편지들을 한통 한통... 읽어내려가면서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절절했다는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당신을 사모하는 구 자 윤. 모든 편지의 끝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편지를 발견하게 되는 태인과 남규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구자윤의 편지를 하나씩 읽어가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편지를 훔쳐본다는 것보다 누군가의 애절한 마음을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구자윤이 쓴 편지들의 문장들이 마음속을 멤돌았다..
여운이 많이 남는 다고 할까..
217통을 남긴 구자윤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자면, 물론 태인이 추측한 그이다.
본가가 대전이라는 그는
태인의 집.. 과거 늙은 과부가 집주인 이던 시절, 태인의 집에서 하숙하던 대학생이었을 것이며
많은 시를 쓰고 시인으로서 등단을 목표로 하고..
217통의 구구절절한 편지를 남기는 고지순한 감성을 가진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는 청년.
구자윤의 편지를 읽다보면 아련한 마음들이 생기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더욱 이 소설을 알려주고 싶다, 아련한 마음들이 더욱 커질테니.
편지를 읽다보면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잊게 했고, 그래서 더욱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종종 수취인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인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는 안채윤작가.
그리곤 그 편지들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찾기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작가는 자윤이기도 했고 태인이기도 했으며 이 소설에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독자인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편지 하나하나가 꽃처럼 느껴지고 아련한 마음들이 맺히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