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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을 위하여 - 꼬마 아인슈타인 미구엘의 이야기
마크 웨이클리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간은 하루라도 과학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고, 과학이 만들어 낸 물질 문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과학에 짙은 혐오감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는 맹신이나 무조건 터부시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과학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인간의 기계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알다시피 오랫동안 인간의 대표적인 화두가 되어 왔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오랜동안 과학자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왔고 현재는 신이 쳐놓은 화엄검에 근접해 있기까지 하다. 간혹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기술력이 따라 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이 현실화 된다는 것, 어찌보면 무척 놀랍기도 하지만 참 무섭기도 하다. 인간은 예쁘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미움과 다툼, 시기와 질투,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되어 온 역사만 봐도 인간이 어디를 향해 가는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생각에 슬픔과 두려움으로 몸서리쳐질 때가 있다.

마크 웨이클리의 '아인슈타인을 위하여', 이 책은 과학의 진보와 윤리, 도덕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벨상까지 탄 천체물리학자 말로 교수가 위대한 업적을 남겨 놓고 병들자, 그의 추종자인 신경외과 박사 도닝은 그의 뇌를 살리기 위해 준비해 오던 연구의 실행을 단행한다. 그 실험 대상은 거리의 천사 미구엘이다. 도닝은 떠돌이 미구엘의 뇌에 말로 박사의 뇌를 주입, 미구엘의 몸을 차지하게 하고 말로 교수가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 엄청난 실험을 해낸 것이다. 떠돌이 소년 미구엘과 말로 박사의 정신이 한 육체에 공존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했다. 머리 둘 달린 신화 속 괴물의 이미지가 떠올라 어쩐지 속이 거북했다. (스포일러를 우려해 줄거리를 더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각설하고 내가 말로 교수였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남의 몸을 차지하고 새로운 생을 살 것인가, 미구엘에게 그의 몸을 되돌려줄 것인가? 대답이 쉽지만은 않다. 누구나 자기 목숨과 자기 생은 소중하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고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인생이라 할 지라도, 미래를 꿈 꿀 수 있다. 자신만의 생을 살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남의 행복을 어떤 목적으로든(그 목적이 설사 고귀하다 할 지라도) 빼앗을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내게 주어진 생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절대 함부로 살 수가 없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 가면서 열심히, 미친 듯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도닝이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말로 교수를 살리려 했던 이유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고, 지인들의 증언과 달리 말로 교수가 평범하고 착한 노인으로 묘사되어진 부분들과 그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도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첨단 의학과 과학 분야를 끌어 들였음에도 전혀 첨단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마치 헐리웃의 B급 영화를 보았을 때처럼 조악한 느낌이 들었다. 끝 부분은 스토리 진행이 무척 빨라졌는데 어쩐지 서둘러 책을 끝맺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거칠고 설 익은 밥을 먹은 것처럼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아쉬움을 가진 책이긴 하지만 주제의식만큼은 결코 가볍지도 녹록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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