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지도, 사진, 그림 등 실제적이면서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물론 다양한 보조자료들이 글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참 좋다. 막힘없이 술술술 읽게 만든다. 마치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신나게 질주하는 것처럼 활자들이 눈에 확확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중국의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겨우 우리 역사와 관계된 아주 단편적인 몇 부분 정도만이 내 기억창고에 저장되어 있다. 중국와 관련해 읽어본 책이라고는 기껏해야 삼국지와 사기열전 정도다. 제대로된 통사 하나 읽어보지 못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건 재미있을 거 같아서다. 어렵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전히 감으로 고른 것이다. 그런데 기쁘게도 내 예감이 잘 맞아 떨어졌다.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읽기는 쉽고 생각할 거리들은 풍부한 좋은(내 관점에서는) 녀석이었다.

 

우선 이 책은 일반적인 통사와는 차별된 서술을 하고 있다. 중국사를 15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기술하고 있다. 교과서적인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특히 중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와의 비교점을 제시하는 부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중국 역대 황제들에 대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정리하면서 우리 역대 왕들과 비교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혹시 중국  역대 왕조 중 가장 많은 왕을 배출한 왕조가 어떤 왕조인지 아는가. 정답은 상왕조로 470년간 30명의 임금을 배출했다. 우리는 신라 왕조로 992년 동안 56명의 왕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우리가 더 우월하다는 근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국의 사막 면적만 남북한 총면적의 6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중국 땅이 과연 넓기는 넓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작가가 제시하는 여러 정보들을 섭렵하면서 때로는 놀라기도 했고 때로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세기적인 보물로 손꼽히는 진시황릉은 오랜 세월동안 한번도 도굴된 적이 없다고 한다. 우연히 발굴된 병마갱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자연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 어마어마한 보물창고의 발굴에 대해서 아예 생각조차 없다. 하루 늦게 파는 것이 하루 빨리 파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우리 상황과 비교했을 때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났다. 우리는 문화재 보호법이 느슨해 아무나 발굴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관련 규제가 무척 심하다고 한다. 발굴은 영원한 파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셈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제 6장에서 2,200년 동안 대운하를 파내려간 중국인들의 무서운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물을 다스리느냐 못다스리느냐가 왕조의 흥패를 좌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필자는 말한다. 운하 사업은 그만큼 중요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농업, 상공업의 발달은 물론 외국과의 교류 확대에도 운하의 역할은 매우 컸다. 게다가 다양한 민족을 융합하고 통합시키는 구심점 역할까지 운하는 역대 왕조들의 명줄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운하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였다. 1134년 고려 인종부터 최근 1965년에 논의된 사례까지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실효성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에게는 운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운하사업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쟁점은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기원전 2333년이 위험하다'이다. 56개의 다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은 정국의 안정과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만 했다. 소위 말하는 '공정'이 그것이다. 중국 고대사에 공백으로 남아 있는 연표를 채우기 위해 역사 왜곡까지 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역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우리 주류 역사계의 수수방관이 자칫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중국에 헌납할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우리다.'라는 작가의 마지막 외침에 나도 모르게 부르르 몸이 떨려 왔다.

 

작가의 내공이 상상 이상이다. 16년간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100여 차례나 중국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해서 중국을 우리에게 알리는데 크게 일조한 역량있는 작가이다. 그러기에 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진다. 이 책을 읽고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솟구치는 느낌이다. 이 양반의 다른 저서를 찾아서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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