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 식욕 뒤에 감춰진 여성의 상처와 욕망
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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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할 때 제목만 보고 바로 신청했었다.

근래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는 음식이 곧 나' 라 하기도 하고

'안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명품 차에 싸구려 기름을 넣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먹는 것이 귀찮다기 보단 먹기 위해 준비하는게 귀찮다.

아이들 먹는 것만 겨우 챙겨주고 내가 먹는 음식들은 소홀히 하게 된다.

간단하게 배고픔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

음식에 대한 중요성은 알면서 식습관 고치는게 너무 힘들고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나에 대한 실망감도 커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고갈되는건 물론이다.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미칠때면 나를 괴롭히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 책은 섭식장애 처럼 음식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쓰여졌다.

40년동안 섭식장애 치료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글에는 많은 내공이 담겨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신화, 전설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예로 들어 여성과 음식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온 감정이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것을 이야기와 여성성을 연결시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섭식장애와는 다르지만 내가 음식을 대하는 모습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알듯 말듯 했지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8장 식사일지 : 진실을 기록하기

이 장의 이야기는 한국의 오랜 민담이라고 소개되어 나와서 더 남달랐다.

 

다이어트 일지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먹은 것만 기록 하는게 아니다.

p268

일지 쓰기는 무의식을 의식으로 불러들이는 시도이기 때문에 쓰다 보면 상당한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직면하기 두렵거나 고통스럽거나 혼란스러운 특정 행동 패턴은 의식에서 몰아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거부감은 '나쁜'것이 아니며, 일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완고한' 것도 아니다. 이런 거부감이 들 때 오히려 섭식 장애에 잠재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로 삼자. 따라서 자신을 꾸짖거나 호통치지 말고, 평가가 아닌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야 한다. "먹고 느끼는 걸 기록하는 일이 왜 이렇게 싫을까?" "내가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는 특정한 감정이 있을까?"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앞의 이야기 속 여인처럼 우리는 부드럽게 달래는 어조로 두려움을 진정시키며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야 한다. 그러고는 가만히 앉아서 귀 기울여야 한다. 부드러운 호기심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면 우리 안에 있는 현명한 여성이 대답해줄 것이다.

식사 일지를 꾸준히 쓰다보면 어떤 패턴 보일 것이고 그 속에 숨은 나의 감정도 보일 것이다.

음식 챙겨 먹기에 대한 단순한 귀찮음인지 귀찮음을 빙자한 다른 문제가 내게 있는 것인지도 알게 될지 모른다.

더이상 먹을 때마다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기록해봐야겠다.

내가 먹는 음식들과 그 음식을 먹기 전 후의 내 감정은 어떤 것일까 알고싶다.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에게(외모, 몸무게, 다이어트 스트레스)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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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이정현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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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한동안이라고 느껴져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는데 마지막 읽은 책의 날짜를 보니 일주일 간의 시간이 흘렀었다.

그 일주일 동안 책보다는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의 재미에 더 빠져 있었다.

9시가 안되어 둘째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보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다 보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남편.

끝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의 배그를 시작했다.

선우와 거실로 나온 나는 거실 책상에 앉았다.

책을 보다가 졸려서 책상에 엎드렸다.

"엄마, 잠 오면 방에서 자~"

"엄마 들어가면 아빠 게임하는 거 보러 갈 거잖아..."

"아니야. 안 봐."

그러던 와중 잠깐 잠이 들었다.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내던 선우가 아빠가 하는 게임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아빠 게임 그만하면 좋겠어."란 반어법과 문 열린 방문 틈으로 기웃기웃 대며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아빠 게임 그만하라고 얘기만 하고 오면 안 돼?"

"... ... 그럼 얘기하고 와."

그렇게 들어간 방에서 선우는 나오지 않았다.

힘이 빠졌다.

잠은 깼고 독서대에 올려놓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나갔다.

그 책이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 책을 내게 된다면 이렇게 간단한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어떤 문장이 나라는 사람을 나타낼 수 있을까.

길고 긴 글보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더 쓰기 어려움을 알아간다.

그 한 줄에 응축되어 있을 시간과 고민의 깊이가 전해져온다.

세 줄로 표현한 저자 소개 글을 보며 생각해본다.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같아.'

'일상 시선, 일상 수집가 같은 단어가 참 좋다.'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삶을 대하는 사람일 것 같아.'

문 닫힌 방에서는 남편의 목소리와 아들의 목소리가 오고 간다.

'지금이라도 방에서 나오라고 선우에게 말해야 하나, 다시 한번 더 남편에게 말을 해야 하나.'

복잡한 마음을 안고 부동자세로 시선을 책에 고정시킨 채 손만 움직여 책장을 넘겨 나갔다.

책 한 권을 다 읽어 나갈 즈음 방문을 열고 남편과 아들이 나왔다.

굳은 내 표정이 보였는지 아무 말도 걸지 않고 선우와 시간을 보내던 남편.

선우가 하는 말에도 별 반응이 없고 쌔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두 사람은 잠시 뒤 자러 들어갔다.




만약 졸리다고 방에 들어가서 잤더라면 선우는 분명 게임 중인 아빠에게로 갔을 테고

잠결에도 잠이 깬 새벽에도 내 마음은 더 무거웠을 것이다.

닫힌 문과 내가 앉은 책상 사이에 책이 놓인 독서대가 있었고

일주일이라는 오랜만의 시간에 다시 책을 읽자 잠시 잊고 있던 기분이 피어올랐다.

책에서 얻는 안도감과 위로였다.

'힘 빠져. 나만 아등바등하는 거 같아. 아이 있을 땐 게임 안 한다고 그렇게 약속 해놓구선.'

'괜찮아. 그게 뭐라고. 그냥 너무 힘 빼지 말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 하기보다 그냥 나부터 잘하자.'

이 두 생각이 팽팽히 오갔다.

속엣말을 밖으로 꺼내지 않고 책 보며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지나고 보니 그게 더 잘한 일 같다.



꽃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깃든 선물이다.

얼마나 오래 그 사람의 곁에 남을지도, 내 선물이 어떻게 쓰일지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단지 주고 싶어 꽃가지를 꺾는 마음이다.

받는 사람의 표정이면 모두 되돌려 받는 선물이다.

대가 없이도 예쁜 걸 보여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웃어 주는 얼굴이면 고마운 사람이다.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p140



이 책을 읽으며 복잡한 마음과 별개로 책에서 느끼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

'와인 한잔하며 책을 읽어 볼까나.'

'초록 식물을 하나 들여볼까.'

'나를 위해 꽃 한 다발 사볼까.'

꽃과 초록 식물 그리고 와인이라니.

이 세 가지는 내게 뜬금없는 단어이다.

식물 키우기에 관심도 없고 꽃은 예쁘지만 내 돈주고 사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있는 와인은 남편 혼자 한 잔씩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책을 읽으며 이 세 가지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니!

그 세 가지가 내게 뭘 의미하는 거지?

그건 바로 일상 속 특별함이 아닐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식물처럼 내 일상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

단조로움 속에 소소하지만 평소 잘 하지 않는 특별함을 선물해 주고픈 마음.

평범함 속에 작은 낭만을 곁들이고픈 마음.




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증명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게 그렇지 않은가요.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격려고 응원일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가족이든, 오랜 친구든, 일면식 없이도 내 글을 읽는 사람이든.

고맙습니다. 거기에 잘 있어 줘서. 누구라도 읽어 주었으면 하고 책을 써왔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라도 읽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다를 것 없이 불안하고 사랑스러운 삶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p263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완벽하진 않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것도

저자의 바램이 독자인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떼어 놓고 생각해보면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격려고 응원일 때가 있다'라는말을 곱씹어 본다.

지금 방에 자고 있는 세 남자들과 엊그제 딸 집에 하룻밤 자고 간 엄마가 그러하다.

내 마음과 삶은 늘 불완전하지만 사랑스럽고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치고 힘겹다 느껴진다면

'당신, 서툴지만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줄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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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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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이 거짓이라 할 때 거짓은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 호기심에 시작하여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역사, 말의 의미,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많이 저술했다고 한다.





목차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 끌리는 이야기 먼저 찾아가며 읽었다. 


첫 이야기로 등장하는 잔 다르크가 19세기에 지어낸 인물이라는 점부터 뜨악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죽음도 충격적이었다.


그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역사는 라이벌 살리에리에게 살해 당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



'배설물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광적인 변태'라는 표현부터 모차르트가 병상에서 스스로 독살설 루머를 퍼뜨렸다는 말까지 모두 놀랍다.


1830년 푸쉬킨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멜로 희곡에서 살리에리가 살인자라고 썼고 이를 영화로 만든 <아마데우스>로 사람들에게 그가 살인자라고 각인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글의 출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도 사실일까?' 의문이 생긴다.



세계사, 역사,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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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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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력이 심한 내게 이런 철학서는 약간의 강제성이 아니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전의 <도덕경>도 서평단에 참여해 꾸역꾸역 읽어냈더랬다.

서평단 모집 메일이 왔을 때 약간의 주저함과 함께 신청했다. 결론은 글이라 읽히긴 읽히나 안의 내용을 모두 흡수하기엔 나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저술한 책으로 총 4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일 먼저 소크라테스의 반론이 3차례에 걸쳐 나온다.

신을 믿지 않고 청년들을 부패시킨다는 죄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는다. 아테네 사람들(500명의 배심원, 방청객)에게 자신을 변론하는 내용이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본문 하단의 각주가 큰 도움이 되었다. 본문에 나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소크라테스와는 어떤 관계인지만 알아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는 크리톤.

소크라테스의 절친한 친구로 사형 집행일을 앞두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탈옥을 권유한다.

질문을 이어가며 자신이 탈옥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말의 끝이 거의 물음표다. 상대가 대답하면 또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마지막 크리톤의 대답에서 친한 친구로서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으론 이해가 가지만 사형을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를 얼마나 구해내고 싶을까..



세번째는 파이돈이다.

파이돈은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인물로서, 독약을 마시기 전까지 나누었던 대화들과 그의 마지막을 이야기한다.



간수도 그를 존경하며 눈물을 보이는데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독약을 다 마시고 시키는대로 자신의 다리가 무거워질때까지 걸어다니다 침상에 누워 떠났다.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지고 있으니, 그 빚을 소홀히 하지 말고 반드시 갚게나."

소크라테스의 이 마지막 말 속에도 감사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억울하게 눈 감을때까지 자신의 삶과 철학과 사람을 대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서 여러 감정이 오갔다.


마지막으로 향연이다.

향연이란 단어에서 풍기듯 연회장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플라톤의 글 중 <국가>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책이라는데 앞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미쳐 헤어나오지 못한 나는 <향연>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친정 갔을 때, 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표지나 느낌이 자기 스타일이라며 탐을 냈다.

음.. 어떤 점이 그렇게 탐을 낼만한지 의아스러웠지만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나도 좋다.

<도덕경>, <명상록>에 이어 <소크라테스의 변명>까지 소장하고 있으면서 오며가며 초록색 책등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 언젠가는 다시 .. 하면서 쉽사리 꺼내지지 않는 책이지만 한번씩 펼쳐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바로 뽑아볼 수 있는 책이 집에 있다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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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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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라이프 출판사에서 서평단 모집을 할 때 신청했던 책이다. 잊을 즈음해서 당첨 소식에 기뻐하며 받았다. 공유한 날짜를 보니 3월 20일이다. 두 달 전엔 매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쓸 수 있을까? 혼자 꾸준히 써 나갈 수 있을까?

그냥 쓰면 될 것을. 왜 해보기 전에 그런 걱정들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글쓰기의 태도》는 그 즈음 읽었어도 도움이 됐을 책이고 지금 읽어도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던 내가 떠오르면서 도움이 된 책이다.


◆ 작가 소개 




우리나라 작가가 쓴 것이나 외국 작가가 쓴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글쓰기에 관한 책 한 권을 쓸 만큼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많고 그것이 독자에게도 전해진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저자. 책 속에 창작에 대한 고통, 극복, 감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트라우마와 정신적 불안에 시달려온 창작자들의 위안자'라는 평을 얻고 있었다.

작가 사진도 컴퓨터 앞에서 찍은 것이다. 늘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다.





◆ 밑줄 그은 책 속 글귀 


p22

창작에 적합한 내면의 공간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나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아, 자신의 신경증, 자신의 사연, 자신의 문제, 자신의 변명, 자신의 의심, 자신의 후회, 부모의 책망,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느꼈던 억압감을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되지 않았다가 모든 사람이 되었다가 신이 되었다가 해야 한다. 내가 나의 가능성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당신은 이미 자기 스스로의 가능성이 된 것이다.


p23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당신이란 사람이 자신의 신경 회로망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가 창작물을 가지고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용감하냐 아니냐이다. 당신은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탐험가이자 발명가이자 마술사이다.


p28

글쓰기를 내 마음의 가장 앞이나 중심에 꺼내놓으면 글을 써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글을 쓰겠다는 목적의식을 유지하면 실제로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는 행동이 나타난다. … 어쩌면 당신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부터 연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용서하기로 새로이 다짐하면 글쓰기를 몇 번 건너뛰거나 글을 기대한 만큼 써내지 못했다고 해서 지나친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p29

짧더라도 규칙적인 글쓰기 시간을 정해놓으면 어찌 되었건 그 시간에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찾아오고 내면의 목소리와 대화하게 된다. … 의무적인 글쓰기 시간을 중심으로 하루 일정을 계획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p34

"'오늘'은 매우 실용적인 단어예요. 매일 나에게 두 가지 질문을 다 하지는 않지만 하나씩은 해보는 편입니다. 각각의 문장에 포함된 '오늘'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특히 중요하죠. 과거에 저는 늘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끼면서 막연히 '지금'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한 번에 하나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오늘 우선 써야 할 글에 집중하는 방법이 제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글쓰기와 마케팅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됐어요. 며칠 동안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글과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죠. 잡다하고 짜증 나는 마케팅 작업을 하다 보면 얼른 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내 작품을 홍보할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면 그 또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불안해지죠. 그래서 제 다음 과제는 이 문장들을 이용해서 작가와 세일즈맨의 균형을 잡아줄 업무 패턴을 파악하는 거예요."


p46

당신의 글쓰기 공간도 마찬가지다. 의자와 테이블, 고요함 그리고 약간의 경외심이면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다른 어떤 것을 추가해도 좋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이상만큼은 잊지 말기 바란다.


p48

'의자, 테이블, 닫힌 문, 컴퓨터 혹은 노트, 약간의 경외심, 창문을 가릴 커튼, 가볍게 흥분한 두뇌.'

바로 이것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자 성전이며 예배이다.


p61

어느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당신의 글쓰기 공간을 보호할 수 있다. 당신은 교도소장이자 간수인 동시에 죄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65

글쓰기 공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이전에 써두긴 했으나 다시 읽고 고쳐야 하는 글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꺼내 읽는 것을 말한다. 앞부분을 읽지 않고 쭉쭉 써 내려가야 한다면 쉬지 않고 쭉쭉 써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 이제 말 위에 올라타 고고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는 행위를 그만두고 땅으로 내려와 딱딱한 의자에 앉아야 한다. 그곳에 앉아 글을 써야 하며 그 과정 하나하나를 존중해야 한다.


p73

글 쓰는 사람이 머무는 곳은 어디나 작가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가 찾을 수 있는 보물은 그곳에서 완성하는 글이다.


p89

수십억 개의 뉴런을 쓸데없는 정보, 치졸한 감정, 오락이나 헛소리에 쓰고 있다면 당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p120

감정이 당신을 조종하게 내버려 두면 당신은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꼭두각시 인형이 될 뿐이다. 감정이 당신을 지배하게 내버려 두면 당신은 새로 깎은 뾰족한 연필로 훌륭한 소설은 안 쓰고 당신의 심장을 찌르게 될 것이다.


p121

그러지 말고 지우라. 그냥 떠나보내라. 그것이 당신에게 이롭다. 그것이 당신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 할 일이다. 겨울을 대비한 연료라도 되는 것처럼 분노를 비축하지 말자.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아낌없이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p128

창조적 마음 챙김의 목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생각을 힐난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다시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고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다.


p144

헌신이 없으니 위험도 없죠. 끈적끈적하지 않고 건조하고 쿨한 태도. 그동안 좋은 핑계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건 목욕시킨 아기를 물기도 제대로 닦지 않고 밖에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책임한 행동이었어요. 이제는 이런 태도가 절대 아무것도 키워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목적의식과 욕망 없이는 어떤 작품도 창조할 수 없어요.


p203

경비를 모으고 여행 날짜와 숙소를 정하는 일과 더불어 핵심적인 준비를 하나 해야 한다. 여행자가 아니라 작가로 갈 준비 말이다.

그곳에 가서 실제로 글을 쓰기 바란다. 파리의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소설을 쓰는 것은 당신이 바로 작가라는 사실, 당신이 글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사실, 사람들 앞에서 글 쓰는 것을 매우 편안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을 단순히 여행이나 휴가라고 지칭하지 말고 '글쓰기 휴가(writing retreat)'라고 부를 것. 작업 도구와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를 가져갈 것. 목적지를 생각하는 것만큼 글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



◆ 깨달은 점 + 적용할 점 


1. 글쓰기 공간을 지키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들 놀이방에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전날 일찍 잠든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일어났다. (정말 새벽같이!)

조금이라도 글을 써보려고 노트북을 폈는데 아이들이 수시로 말을 걸고 책을 가져오고 장난감을 가져온다.

아이들이 깨어있을 땐 아이들 요구를 우선으로 받아줘야 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글쓰기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다.

그래서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은 노트북을 덮는 일이라 생각하고 잠시 덮었다.

12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 다시 노트북을 펼치는 지금은 시댁이다. 아이들이 티비에 잠시 빠져 있는 동안 나는 빈방에 와 노트북을 펼쳤다.

글쓰기 공간이란 누구도 날 방해하지 않고 노트북을 펼 자리만 있으면 된다.


2. 글쓰기와 마케팅의 균형을 잡아라.

열심히 썼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은 큰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을 받아야 발전이 있다.

예전엔 나도 그랬다. '홍보가 뭐 중요해~ 잘 쓰게 되면 사람들도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셀프 홍보시대! 글을 꾸준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에서도 글쓰기와 마케팅의 균형에 대해 말한다. 어떤 날은 글쓰기에 집중하고 어떤 날은 내가 쓴 글을 마케팅한다. (이 또한 글쓰기다.)

"나는 오늘 글을 쓰기로 선택했다. 이 말은 곧 ______을 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오늘 마케팅을 하기로 선택했다. 이 말은 곧 ______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두 문장 안에 들어갈 행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에 집중하며 글쓰기와 마케팅의 균형을 잡아 나가야겠다.


3.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 - 독서 휴가 + 글쓰기 휴가

독서 휴가는 꿈꿔봤지만 글쓰기 휴가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 상상만 해도 근사하다!

다른 사람은 여행을 위해 떠나지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한다. 파리 카페에서 주는 손님의 시간과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렇구나! 나는 런던을 떠올렸다. 학생일 때부터 런던은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그냥 막연히 런던이라는 도시를 동경했다. 런던 거리의 카페는 어떨까. 그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독서 휴가 겸 글쓰기 휴가! 꼭 떠나보리!!


글을 어디서든 쓸 수 있다.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떡집을 하시는 시부모님 가게는 오늘 밤부터 밤샘이다. 결혼식 참석 겸 일손 도우러 내려왔다.

작은형님네의 세 꼬마들이 오기 전에 이 글을 마무리한다. 글은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이젠 내게 책만큼이나 노트북도 필수품이 되었다.

《글쓰기의 태도》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가짐과 태도를 점검해 본다.

작가란 오늘도 글을 쓰는 사람이란 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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