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이정현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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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한동안이라고 느껴져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는데 마지막 읽은 책의 날짜를 보니 일주일 간의 시간이 흘렀었다.

그 일주일 동안 책보다는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의 재미에 더 빠져 있었다.

9시가 안되어 둘째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보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다 보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남편.

끝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의 배그를 시작했다.

선우와 거실로 나온 나는 거실 책상에 앉았다.

책을 보다가 졸려서 책상에 엎드렸다.

"엄마, 잠 오면 방에서 자~"

"엄마 들어가면 아빠 게임하는 거 보러 갈 거잖아..."

"아니야. 안 봐."

그러던 와중 잠깐 잠이 들었다.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내던 선우가 아빠가 하는 게임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아빠 게임 그만하면 좋겠어."란 반어법과 문 열린 방문 틈으로 기웃기웃 대며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아빠 게임 그만하라고 얘기만 하고 오면 안 돼?"

"... ... 그럼 얘기하고 와."

그렇게 들어간 방에서 선우는 나오지 않았다.

힘이 빠졌다.

잠은 깼고 독서대에 올려놓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나갔다.

그 책이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 책을 내게 된다면 이렇게 간단한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어떤 문장이 나라는 사람을 나타낼 수 있을까.

길고 긴 글보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더 쓰기 어려움을 알아간다.

그 한 줄에 응축되어 있을 시간과 고민의 깊이가 전해져온다.

세 줄로 표현한 저자 소개 글을 보며 생각해본다.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같아.'

'일상 시선, 일상 수집가 같은 단어가 참 좋다.'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삶을 대하는 사람일 것 같아.'

문 닫힌 방에서는 남편의 목소리와 아들의 목소리가 오고 간다.

'지금이라도 방에서 나오라고 선우에게 말해야 하나, 다시 한번 더 남편에게 말을 해야 하나.'

복잡한 마음을 안고 부동자세로 시선을 책에 고정시킨 채 손만 움직여 책장을 넘겨 나갔다.

책 한 권을 다 읽어 나갈 즈음 방문을 열고 남편과 아들이 나왔다.

굳은 내 표정이 보였는지 아무 말도 걸지 않고 선우와 시간을 보내던 남편.

선우가 하는 말에도 별 반응이 없고 쌔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두 사람은 잠시 뒤 자러 들어갔다.




만약 졸리다고 방에 들어가서 잤더라면 선우는 분명 게임 중인 아빠에게로 갔을 테고

잠결에도 잠이 깬 새벽에도 내 마음은 더 무거웠을 것이다.

닫힌 문과 내가 앉은 책상 사이에 책이 놓인 독서대가 있었고

일주일이라는 오랜만의 시간에 다시 책을 읽자 잠시 잊고 있던 기분이 피어올랐다.

책에서 얻는 안도감과 위로였다.

'힘 빠져. 나만 아등바등하는 거 같아. 아이 있을 땐 게임 안 한다고 그렇게 약속 해놓구선.'

'괜찮아. 그게 뭐라고. 그냥 너무 힘 빼지 말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 하기보다 그냥 나부터 잘하자.'

이 두 생각이 팽팽히 오갔다.

속엣말을 밖으로 꺼내지 않고 책 보며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지나고 보니 그게 더 잘한 일 같다.



꽃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깃든 선물이다.

얼마나 오래 그 사람의 곁에 남을지도, 내 선물이 어떻게 쓰일지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단지 주고 싶어 꽃가지를 꺾는 마음이다.

받는 사람의 표정이면 모두 되돌려 받는 선물이다.

대가 없이도 예쁜 걸 보여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웃어 주는 얼굴이면 고마운 사람이다.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p140



이 책을 읽으며 복잡한 마음과 별개로 책에서 느끼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

'와인 한잔하며 책을 읽어 볼까나.'

'초록 식물을 하나 들여볼까.'

'나를 위해 꽃 한 다발 사볼까.'

꽃과 초록 식물 그리고 와인이라니.

이 세 가지는 내게 뜬금없는 단어이다.

식물 키우기에 관심도 없고 꽃은 예쁘지만 내 돈주고 사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있는 와인은 남편 혼자 한 잔씩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책을 읽으며 이 세 가지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니!

그 세 가지가 내게 뭘 의미하는 거지?

그건 바로 일상 속 특별함이 아닐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식물처럼 내 일상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

단조로움 속에 소소하지만 평소 잘 하지 않는 특별함을 선물해 주고픈 마음.

평범함 속에 작은 낭만을 곁들이고픈 마음.




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증명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게 그렇지 않은가요.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격려고 응원일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가족이든, 오랜 친구든, 일면식 없이도 내 글을 읽는 사람이든.

고맙습니다. 거기에 잘 있어 줘서. 누구라도 읽어 주었으면 하고 책을 써왔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라도 읽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다를 것 없이 불안하고 사랑스러운 삶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p263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완벽하진 않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것도

저자의 바램이 독자인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떼어 놓고 생각해보면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격려고 응원일 때가 있다'라는말을 곱씹어 본다.

지금 방에 자고 있는 세 남자들과 엊그제 딸 집에 하룻밤 자고 간 엄마가 그러하다.

내 마음과 삶은 늘 불완전하지만 사랑스럽고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치고 힘겹다 느껴진다면

'당신, 서툴지만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줄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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