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돼지 에스더
스티브 젠킨스 외 지음, 고영이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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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장더불어에서 나온 <대단한 돼지 에스더>를 읽었다. 평소 이런 류의 에세이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내용과 소재에 사로잡혀 읽게 됐다. 반려동물, 채식, 동물권. 언제나 눈을 사로잡는 키워드들이다.


미니돼지인 줄 알고 입양했지만 실은 덩치가 어마어마한 사육용 돼지인 ‘에스더’와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인데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생생하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육식주의자에서 채식인으로, 학대 받는 동물들을 구조해 돌보는 활동가로 나아가게 된 것 또한 ‘에스더 효과’ 덕분이었다. 


동물권 운동의 성격과 노선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발단은 페이스북에 에스더 페이지를 만들게 된 이후부터였다.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면서 동물권과 채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유입되다보니 그 안에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것이다. 그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면모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에스더 운동’의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개를 먹지 않는다. 이제는 베이컨도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 이거 못 먹겠어.” 잘못 들었는지 데릭이 다시 말해 보라고 했다. “이거, 베이컨, 먹지 않을 거라고. 너무 끔찍해.” “나도 못 먹겠어.” 데릭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 기분이 묘했다. 데릭은 내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단체만의 독특한 활동 방법을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단체는 특정한 사람이 모여서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공격해서 진절머리 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에스더처럼 웃는 얼굴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평범하고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페이지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에스더 운동은 접근이 쉽고, 서로 대립하지 않고, 누구나 환영한다는 점에서 모든 비채식인에게 매력이 있었다.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 주고, 동물복지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스더 운동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리라. 게다가 에스더 운동은 동물활동가와 기존의 채식인에게도 매력이 있었다. 계속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는 현실을 접해야 하는 보통 동물운동과 다르게 우리에게는 밝고 긍정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스더 인증’ 생활방식대로 살고 있지 않았고,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우리는 300킬로그램짜리 돼지를 집에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보호소로 만들 농장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전 세계의 사람 수천 명이 우리를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따뜻함은 마술과 같다. 에스더의 웃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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