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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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하신 외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 외모로 대여하시겠습니까?”

외딴 마을 구석에 있는 가게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잡다한 물건을 빌려주는 평범한 대여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특별한 대여 품목이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주문할 수 있고, 찬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품목. 바로 외모!

 

나이나 성별, 체형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미소녀가 될 수도 있고, 여장한 미소년이 될 수 있고, 멋진 성인 남성도 성인 여성도 될 수 있다. 엄청나게 귀여운 소녀도 될 수 있고, 비쩍 마른 남학생도 될 수 있다. 단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범죄 행위에 사용하지 말 것.

두 번째,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

 

이시카와 히로치카의 소설 <외모 대여점>은 원하는 외모를 대여해 준다는 신기한 대여점을 배경으로 10명의 고객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을 운영하는 안지는 보기에는 어수룩하지만 여우를 운영하는 여우술사다.

 

안지는 할아버지 소노지로부터 여우술사 일을 물려받았다. 여우들은 요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으로 변신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해 주문을 받고 외모를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지와 함께하는 여우는 네 마리다. 대대로 안지 집안을 섬겨온 구레하와 사와카 그리고 아직은 요력이 약해 자꾸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쌍둥이 여우 호노카와 마토이다. 소설은 10명의 고객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아버지 소노지와 쿠레하, 사와카의 숨겨진 사연 그리고 여우술사의 힘을 물려받은 안지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사연도 하나씩 풀어간다.

 

첫 번째 손님은 열일곱 살 시바타 사쓰키다. 사쓰키는 빈티지를 좋아하는 아이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는 그런 티를 내지 않고 평범한 척하고 있다. 휴일에 즐기는 빈티지숍 나들이가 유일한 즐거움이다. 사쓰키는 자신이 좀 더 예쁘다면 점원들이 자신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하고 미소녀의 외모를 대여하러 온 것이다.

그저 예쁜 소녀와 등을 맞댄 것뿐인데 사쓰키와 호노카와 외모가 바뀌었다.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평소 가던 빈티지숍에 간 사쓰키. 자신의 모습을 한 호노카를 보며 새삼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점원은 미소녀의 모습을 한 자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호노카에게 더 친절한 것이 아닌가!

사쓰키는 외모라는 건 생김새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자신의 모습을 한 호노카가 밝게 웃었던 것처럼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편지를 보낸다.

 

<외모 대여점>의 첫 사연은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한 소녀의 이야기라 뒤의 사연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여장을 해도 봐줄 만한 남자의 외모를 대여하러 온 32세의 오타 마코토는 여장을 좋아한다는 동생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였다.

 

외모 대여점에 예약을 한 손님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어릴 적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사랑을 찾기 위해서 외모를 대여한다. 복수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깨고 몰래 외모를 빌리지만 결국 진정한 복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사연도 있다.

 

외모는 막 자다 일어난 것처럼 부스스하고 어리숙하지만 누구보다 마음 깊은 주인(심지어 안경을 벗으면 미남)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복장을 한 빈틈없는 성격의 미남자 점원, 흰색이 잘 어울리는 쿨한 미남자 점원, 천진난만한 미소년과 미소녀가 손님의 사연을 해결해준다는 설정이 일본 만화 같기도 하다.

 

대체 어떤 사연을 외모 대여점을 찾았을지, 안지는 어떻게 변신여우를 부려 손님이 진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지 흥미롭게 읽게 된다. 그렇다고 <외모 대여점>이 아주 가볍게만 읽을 소설은 아니다. 각 이야기마다 전하는 메시지가 여운을 남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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