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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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반 코뵐라르트의 <식물의 은밀한 감정>은 충격적인 책이다. 이 책은 동물(動物)과 반대되는 존재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정물(靜物)로 여겼던 식물이 감정을 느끼고 분노하고 복수도 하고 행복을 느끼고 주변의 다른 식물들과 연대한다며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동안 인간의 관점에서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유용성 혹은 식물을 키우며 얻게 되는 편안함을 예찬한 에세이들이 주였는데, 식물의 관점에서 식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을 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는 <편도승차권>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다. 리암 니슨 주연한 영화 <언노운>의 원작 작가이기도 하고, 뮤지컬 <벽을 통과하는 남자>의 대본을 써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랑스 유명 작가인 그가 식물도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밝힌 에세이를 쓴 것이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에는 식물의 온갖 감정을 보여준다. 두려움, 굴욕, 고마움, 창조적 상상, 계략, 유혹, 질투, 대비원칙, 연민, 연대감, 기대감.... 더 놀라운 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놀라운 과학적 증거들이 하나하나 사례로 나온다.

미국 뉴욕 SVA에서 그래픽 디자인 전공, 재학 중이라는 황금비 작가의 섬세한 그림은 식물의 놀랍고도 섬세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글과 잘 어울린다.

 

온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목격자가 없다. 당시 몸싸움으로 수국들이 손상을 입었는데 범인이 수국들 앞에 나타나자 전극으로 연결된 오실로그래프 화면에 정점으로 기록된다. 식물이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기억하고 반응한 것이다.

 

식물에게 "네가 꽃 핀 걸 보면 행복해져."라고 칭찬한 것과 "너는 너무 못생겼어."라고 비난한 것이 성장에 차이를 보였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66CIA에서 심문 전문가로 일하는 클리브 백스터는 기괴한 실험을 한다. 드라카이아의 긴 잎사귀에 거짓말탐지기 전극을 연결하고 변화를 확인한다. 그는 머릿속으로 나뭇잎 하나에 불을 붙이려고 생각을 한다. 그 순간 탐지기 바늘이 갑자기 치솟는다. 식물이 '의도'를 파악한 걸까? 옆 사무실로 가서 성냥을 꺼내 돌아오자 식물을 극도의 흥분을 의미하는 정점을 기록한다. 성냥에 불을 붙였다가 태우기를 포기하자 그래프는 정상으로 돌아간다.

 

식물은 소리를 내서 소통하기도 한다. 2012년 한 이탈리아 연구는 뿌리가 성장할 때 세포벽이 파열하면서 소시를 내는 '클릭킹' 능력에 대해 밝혀냈다. 뿌리는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선택한 방향으로 내뻗고, 필요하다면 양분을 교환하거나 접촉을 회피한다.

 

1981년에 남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영양의 일종인 쿠두의 시체가 국립공원 안에서 수없이 발견된다. 이 초식동물의 위장은 텅 비어 있었고, 좋아하는 아카시아 나무 아래 쓰러져 있었다. 수개월의 조사 후에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쿠두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과도한 포식의 위험에 처한 아카시아가 이 동물이 소화할 수 없는 독을 잎에 품은 것이다. 쿠두가 자유로웠다면 다른 지역으로 갔겠지만 국립공원 울타리 안에 나가지를 못해 장폐색이나 굶주림으로 죽은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1990년대 초, 다양한 식물 종에서 여성 호르몬이 발견된다. 식물이 곤충의 호르몬을 흉내 내어 곤충을 유혹해 수분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특정한 성호르몬도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도 피임약의 용량을 연상시키는 용량으로 말이다. 이것은 자연의 실수일까, 인간에 대한 식물의 대응일까?

 

지구상의 생명체 중 식물이 99%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식물이 없으면 숨을 쉴 수도 없다.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을 식물 없이는 살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식물을 파괴하고, 생산이라는 명목으로 유전자 조작을 하고 제초제며 살충제를 뿌린다.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포용력 넓은 식물이지만 어느 순간 식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면 인간은 살 수 있을까? 이제는 인간도 식물들의 감정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을 읽으면서 식물들이 인간에게도 반응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주인이 죽은 후 서서히 말라죽은 식물의 이야기를 보면서 깜박해서 제대로 물도 안 준 우리 집 식물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미안해졌다.

 

놀라운 식물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내가 키우는 식물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싶다는 <식물의 은밀한 감정>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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