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 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세개의소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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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떡볶이집은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식당도 작고 테이블도 작았다. 어느 날 넷이 식당에 갔다. 좁은 테이블에 넷이 앉아서 먹으려니 움직이기도 불편했다. 그때 아주머니가 테이블 끝을 잡더니 테이블을 10센티미터가량 벽에서 떼어놓으셨다. 고작 10센티미터인데 팔을 움직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아주머니는 테이블을 떼고 가면서 한마디 하셨다.

"이러면 좀 낫지."

 

'이러면 좀 낫지'할 수 있는 것.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는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이고 '창의성'이라 말한다. 유명 카피라이터이자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김하나 작가의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고 창의성을 다시 정의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디어'라는 자전거를 타고 창의성의 세계로 갈 수 있는 12가지의 팁을 전해준다.

 

종로구 누하동의 조그만 술집. 에롤 가너의 <미스티>를 듣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말을 걸었다. '내'가 이 술집 주인인 황에게 <미스티>가 작곡된 순간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가 '창의성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한다'라며 딴지를 걸었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자 그녀는 신이 나서 술 한 잔에 이야기 하나씩을 꺼냈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는 그날 밤 종로구 작은 술집에서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까지 술 열두 잔과 함께한 12가지의 대화로 아이디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는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시작한다. 그동안 우리는 창의성은 뛰어난 천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번쩍하며 놀라운 생각을 꺼내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창의성은 '엉뚱한 발상' '천재' '광기' '기행' 등의 단어와 함께 떠올렸다.

 

그러나 김하나 작가는 단호히 말한다.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그것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성실한 태도의 문제라고 한다. 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 말인가.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뭔가 '기행'을 해야 할 것 같고, '기행'을 할 용기가 없이 그냥 성실하고 평범하게 사는 나에게는 창의성은 거리가 뭔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니.

 

첫 잔에서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저자는 두 번째 잔에서 창의성 대신 '아이디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한다. 소박하고 단단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벽돌과도 같은 단어.

자, 이제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디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장착했으니 어떻게 아이디어의 씨앗을 얻어 싹을 틔우게 할 수 있을까.

 

1. 창의성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다. 창의성은 태도의 문제다. 창의성 신화에서 벗어나자.

2. 창의성 대신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많이 써보자. 단지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태도는 많이 달라진다.

3.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게 좀 낫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이런 작은 반짝임들이 내 안에 씨앗으로 들어와 싹을 틔우게 된다.

4. 살면서 느끼는 모든 새로운 감각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5. 아이디어는 큰 말이기도 하다. 모든 관념, 이념, 개념, 사상, 학문, 체제 등은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다.

6. 예술도 매 순간 '더 나은 것'을 만들려는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7. 아무리 견고한 벽도 아이디어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8. 무수한 씨앗들이 유연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9. 함수 상자를 활용해 당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 하려면 상자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지 떠올린다.

10. 아이디어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만이 아니라 빼는 것도 아이디어다.

11.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롭게 자라나는 것과 호흡한다.

12. 아주 작은 부분부터 더 나아질 만한 게 있는지 생각해 보면서 한 걸음씩 걸어간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에서 저자가 말하는 아이디어는, 창의성은 결국 '이러면 좀 낫지' 정신인 것 같다. 뭔가 세상에 없던 것을 '번쩍' 꺼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낫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찾아낸 반짝이는 작은 씨앗들이 내 안으로 들어와 모이고 모여 어느 순간 싹을 띄우는 것. 그렇다면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작은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들이 살아 움직이도록 한다면 우리도 '창의력 대장'이 될 수 있다. '이러면 좀 낫지.' 이 말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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