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 부여시 능산리 고분군 주차장을 건설하던 중 놀라운 유물이 발견된다. 바로 백제 금동대향로이다. 향로는 물통 속에 감춰져 1300년 동안 물속에서 공기와 접촉 없이 보관된 덕에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료들을 통해 금동대향로가 제작될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재구성하여,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승려들이 감추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배수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한 사마왕의 무덤 무령왕릉 출토품 이야기, 도굴하려다 다보탑을 파손한 도굴꾼 때문에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야기, 황산벌을 굽어보는 거인 불상 석조미륵보살입상 이야기, 가야의 뛰어난 공예 실력을 엿볼 수 있는 고령 금관 이야기, 일본이 가짜 나라까지 만들어 갖고 싶어 하던 해인사 대장경판 이야기 등 세계적으로 뛰어난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는 어깨를 으슥하게 한다. 그동안 이름만 알던 국보들을 사진으로 보고 이야기로 보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한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안타깝게 국외로 반출된 유적에 대한 뼈아픈 역사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도쿄 요리점에 팔려간 다보탑의 네 귀퉁이를 지키던 사자상 이야기나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해체하다 복원이 제대로 안 된 석굴암 이야기, 아직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몽유도원도 이야기 등이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들려주는 국보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사진 자료도 흥미롭다. 잡초가 무성한 경복궁 근정전 앞, 사람들이 잔뜩 올라간 첨성대, 미군이 들고 있는 눈 맞는 해인사 대장경판 사진, 부여 고분군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함경도 마운령 순수비, 무너져가는 불국사 등 국보의 과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는 다보탑, 석굴암, 무량수전, 금동미륵반가사유상, 훈민정음 해례본, 경천사지 10층 석탑, 모전석탑, 성덕대왕신종, 경복궁, 고려청자, 진흥왕 순수비, 반구대 암각화 등 국보를 통해 한국사를 입체적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왜 이 유물들이 중요한지 그 가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당시 역사를 들려주어 한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명과 다양한 사진 자료가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어 한국사가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