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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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되면 알약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 시대가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이 되어도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밥을 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으니 이제 점심까지 준비를 해야 한다. 슬슬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먹는 일에 그리 공을 들이지 않고 맛있고 배부르게 먹고 싶다. 요리가 즐거운 사람도 있는데 나는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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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의 브런치>는 독특한 책이다. 사찰요리의 매력에 빠진 회사원이 사찰음식을 배우며 스님과 나눈 이야기란다. 물론 책에는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정갈한 사찰음식 사진이 눈길을 끌지만 이 책의 핵심은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다.

한글을 막 깨친 다섯 살 무렵부터 요리책을 탐닉했다는 저자는 세상을 향해 있는 모든 감각을 닫고 요리책을 읽고 요리를 함으로써 힘든 세상에서 도피하려 했다 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배우고 난 후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세상을 넓혀가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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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에는 ‘왜’가 있다. “김밥 위에 깨를 왜 뿌릴까요?”, “호박과 당근 중 어느 것을 먼저 볶을까요?”, “이럴 때는 조청을 써야 할까요, 물엿을 써야 할까요?”...... 한번 수업을 듣고 나면 머릿속에 온통 왜, 왜, 왜, 왜 메아리가 울릴 정도였다고.

어느 날, 완성된 요리를 한 숟갈 떠먹고는 “스님, 맛있어요!” 하고 엄지를 치켜들었더니, 스님이 “음식에는 맛있다와 맛없다가 없습니다” 하고 답하셨다.

스님은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맨 앞에 두는 게 맛, 그러니까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몸의 편안함이라면 자연히 ‘왜’를 묻고 따질 수밖에 없다. 이 재료는 왜 쓰고 어떠한 성질이 있고 어떤 양념과 궁합이 맞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내 몸에 필요한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요리에 있고 또 없는 것> 중에서

 

사찰요리는 맛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재료에 대해 알고 그 성질에 맞게 다듬고 조리해서 내 몸을 위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쩌면 사찰요리를 하는 것은 인생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성공한 인생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한 번뿐인 인생을 정성스럽고 아름답게 채워가는 것.

처음 <스님의 브런치>를 펼쳤을 때는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찰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오신채를 금하는 사찰요리를 통해 내 안에 들끓는 것이 열정이 아닌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튀김을 만들며 인생에 쫄지 말자는 자세도 배우고, 연하게 끓인 된장국에서 먹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태도를 배우고, 보기에 예쁜 음식보다 그 안에 사랑을 담아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저자는 요리를 하며 배운 삶의 깨달음을 하나씩 맛있게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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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배만 채우면 된다고 대충 후다닥 만들어 먹고, 귀찮다고 온갖 조미료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혀에 자극적인 음식들로 배를 채웠던 날들이 미안해진다. 그런 음식을 먹어준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더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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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요리 별거 없어요. 시시해요. 이걸 왜 돈 주고 배우나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이걸 돈 주고 배웁니다. 수업시간에 요리 기술 배우는 게 아니에요. 너무 쉽고 간단해요. 사찰요리는 레시피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시시한 게 삶에서 중요하다는 지혜를 배우는 거예요.” <정답은 냉장고 제일 안쪽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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