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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딸
머린 머독 지음, 신광인 옮김, 하응백 해제 / 청동거울 / 1999년 5월
평점 :
'어머니의 아들'(오이디푸스 컴플렉스)처럼,
'아버지의 딸'에 대한 연구고찰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스스로 '파파걸'이라 부르는 딸들이 많지만,
한번쯤 아버지가 자신에게 준 영향에 대해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를 느낀다면 일독할만한 책...
지금 중반 좀 넘어서까지 읽었는데
내게 딸이 생긴다면 남편에게도 권할 생각이다.
한 마디로 '아버지의 딸'은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이상화된 아내의 역할을 하며
어머니(인생의 훌륭한 여성선배)를 자신의 인생에서 소외시킨다.
즉, 어머니를 거부함으로서(절대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꺼야!!)
자신의 여성성마저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즉, 아버지와 있을 때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딸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그녀에게 가능하고 우호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정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거나
세상으로 배척받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해서
그녀를 황페하게 만든다...
그림동화의 '손이 없는 아가씨'의 내용처럼
아버지가 악마에게 그녀를 넘기려
도끼를 휘둘러 손을 자르고서야
(끔찍한 비유이긴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떠나게 된다. (정신적 독립)
혹시 아버지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라며
일에만 매달렸다면 한번 의심해볼 일이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 자신보다 더 흥미로운 존재는 없었다.
그때서야 내가 그토록 얻고자했던 많은 것들이
단지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의)사랑을 위해 일하는 "절망적인, 성공한 사람"' 이
된 딸들의 절규 혹은 깨달음은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