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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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 딱 '한 번'씩 주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 외의 것, 계급과 재산, 환경, 건강 따위는 물론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하는 말은 잘 사는 사람이든 잘 못 사는 사람이든 결국 언젠가는 죽는다. 단 한 번의 삶을 살고 생을 마감한다. 결코 그 누구에게도 두 번째 엔딩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엔딩은 기존 청소년 소설의 외전을 모은 단편집이다. 소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언뜻 한 번의 엔딩을 이미 맞은 듯 보이나, 이 단편집에서 이야기는 새롭게 구성되고 다양한 시점으로 그려진다. 언뜻 보면 '두 번째 엔딩'을 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두 번째 엔딩처럼 느끼는 것은 독자의 착각일 뿐, 이야기는 언제나 하나의 맥을 지니고 있으며 같은 이야기가 다른 조명에 비쳤을 뿐이다.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요.

  우리 모두가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묻는 말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 역시 끊임없이 묻는다. 사람이 돌아온 길을 자꾸만 뒤돌아보며 머뭇거리는 것은 미련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더 좋은 길이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길과 달리 시간은 거꾸로 거슬러 갈 수 없으며,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배의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그게 두려워 돌아가지도 나아가지도 못한 채 머뭇거린다.


  청소년 소설을 통해 머뭇거리는 청소년에게 용기를 주었던 소설은, '두 번째 엔딩'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을 통해 용기는 생겼지만 그럼에도 계기를 찾지 못하고 망설이는 많은 청소년에게 괜찮다는 잔잔한 용기를 준다. '~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힐링 도서가 베스트셀러 판매대를 휩쓸던 지난 몇 년처럼, 현대사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 '괜찮아' 이 앞으로 나아가서 후회할 수 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멈춘 채, 머뭇거릴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끝을 맞이한다.


  그 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 방향을 틀고, 뒤집고, 상상하면 얼마든 길은 나오고 이야기는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이기에 내용을 스포일러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단, 이것만은 이야기할 수 있다.


  청소년 소설은 내가 자라는 데 있어서 큰 원동력이었다. 기존의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집도 유익하고 재밌었지만 청소년 소설이 좀 더 읽기 편하고, 내 또래집단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불어 마음에 전해지는 감동은 여느 성인 소설 못지않다. 내 청소년 시절을 함께 했던 그때 그 찬란한 소설들. 소년을 위로해줘, 리버보이,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성인이 되어 다시 읽은 그때 그 이야기들의 외전은,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려야만 했다. 읽기 어렵고 버거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벅차서 순식간에 읽지 못하고 한 편 한 편 깊이 음미하며 읽었다. 청소년 소설이 왜 필요한지, 왜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이런 소설이 필요한지, 또 청소년 소설을 성인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잠시 잊고 있던 순수함, 그 시절의 고통,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청소년 소설의 대부분이 '장편'이라 읽기 어렵다면, 단편으로 구성된 이번 '두 번째 엔딩'을 읽고, 흥미가 가는 청소년 소설을 구매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각각이 외전이기 때문이다. 외전이라 하여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꼭 읽어보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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