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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아직 출간 전의 가제본을 받아 읽어본지라,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또한 결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문구도 읽은 터라, 그 외의 스포일러 또한 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일회독만으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한국 장편소설처럼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오만이었다. 아무래도 외국소설인 만큼 좀 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소설 자체가 어렵다거나, 난해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단지 그 안의 의미를 내 안에서 문장으로 구상하는 데 있어 쉽지 않다고 느낄 뿐이다.
이 책의 소개 문구로 '실패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해서, 나는 내내 화자가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왜 성실한 근로자이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자 키우는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교도소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이게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소설은 실패보다는 관계 속에 그 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가 회상하는 성장과정 속에서 화자의 이름은 거진 언급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에 와서도 그의 이름은 제대로 언급되는 경우가 없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혼자 남은 고요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오는 세 망자를 느낄 수 있다며 그들이 주는 편안함과 그리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가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에게 말해주는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체념한, 그러나 다정한 시선을 지닌.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판단한다. 특히 그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그 실패 너머의 그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그의 실패가 그의 인생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 속에서 생활한 이였다.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째째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디즈니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그랬듯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기에, 악인은 악한 감정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며 선인 역시 선한 감정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소설에서는 인물들의 여러 감정을 보여주고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p. 155
화자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남긴 마지막 설교이다.
서평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설의 재미가 얼마나 있을까.
서평단을 신청하며 적었었다. 너무 힘들다고. 힐링받고 싶다고. 소설은 잔잔하게 이렇게 나에게 힘이 되준다. 이 소설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당신에게 관용을, 타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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