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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빨리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한 인간의 삶의 내용을 작가의 심리학적 소견에 의해서 찬찬히, 그러면서도 조리있게 파헤쳐간 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사범대 4학년으로, 교생실습을 나가고 있다. 실습 도중에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소위 '문제아'로 취급받는 아이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픈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그 아이는 대화 도중 줄곧 자신이 잘못한 것이나, 혹은 자기가 부모에게 차별당하고 있다는 말을 꺼낼 때면 연이어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인데...'하는 말을 꺼냈다. 자신이 불만으로 여기고 있는 부분이고, 충분히 남들도 수긍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이며, 남들에게 말해보았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꾹꾹 자신의 마음속에 모든 문제들을 억누르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그렇게 가슴속에 품고 있을 장애들, 그것이 사회적으로, 관습적으로 어떻게 억압받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그와 비슷한 마음의 상처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