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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살까지 살까? -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외 지음,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4월
평점 :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가?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던 당신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책.
제대로 된 걸 알려주마!
'복 중에는 건강 복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다. 재물복이고 자식복이고 뭐든 간에, 건강복은 이길 수 없다는 거다. 굳이 이런 말을 들지 않아도 우리는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일단 다음의 문장들의 한 번 살펴보자.
결혼한 사람이 독신자보다 오래 산다.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하지 마라. 무리하게 일하면 건강하게 살 수 없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유쾌한 생각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서 오래 살 수 있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더 오래 산다.
가능하면 빨리 은퇴하라. 편히 쉬면서 골프나 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
정원 가꾸기나 걷기, 요리 같은 정적인 취미를 가졌다면,
조깅이나 트레킹 같은 좀 더 활동적인 취미로 바꿔야 한다.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건강해지는 비결이다.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나쁜 사람은 늦게 죽는다.
걱정은 건강에 아주 해롭다.
아이의 성격이 너무 진지하고 차분하다면, 좀 더 명랑하고 활발해지도록 독려해야 한다.
우디 앨런의 농담처럼,
'100세까지 살고 싶게 만드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비로소 100세까지 살 수 있다.
위의 문장들은 널리 알려져있는 건강지키기에 관한 지침들이다. 아마 많이 들어본 익숙한 내용들일 것이다.
당신은 혹시 이것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음, 그렇지, 그렇지. 맞는 말이네. 근데 난 고쳐야 할 점이 너무 많네ㅠㅜ
건강을 위해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어.'
어떤가? 딱 맞췄는가?+_+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펼쳐진다.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지 마시라.
위의 건강에 대한 보편적 믿음들은 모두가 '거짓'이다!
뒤통수를 한 대 '빡'하고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이제껏 우리가 그토록 중요시 생각하고, 열심히 지키려 노력하고, 그에 맞춰 살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한 마음까지 가졌던 믿음들이 모두 거짓이라니! 세상에 어떤 사기가 이것보다 더 괘씸할 수가 있을까. 억울하다 억울해!
그런데 충격과 억울함과 동시에 의문이 같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정말이야? 근거가 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걱정마시라. 그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바로 하워드 S. 프리드먼과 레슬리 R. 마틴이 쓴 "나는 몇 살까지 살까 The longevity project"다. 20여 년 전 두 명의 저자는 한 가지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떤 사람들은 병에 더 잘 걸리고 회복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더 일찍 죽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같은 나이인데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말이다.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선배 연구자인 터먼박사의 엄청난 분석을 이용했다. 터먼 박사의 '엄청난' 분석이란,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해 무려 80년 동안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얼마나 건강했으며, 결국엔 어떻게 인생을 마감했는지 인생 전체(가정환경, 교육수준, 직업, 결혼과 이혼, 인생관, 사회적 관계, 종교생활, 사망한 나이와 원인까지)를 총체적으로 다룬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분석'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워드와 레슬리는 터먼 박사의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그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다방면에 걸친 오랜 연구 끝에 그들은 사람들의 성격, 직업, 사회생활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산 비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입증해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밝혀낸 결과 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면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는 이들의 연구의 결과를 조목조목 정리하고 설명해놓은 책이다. 총 15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파트에서 인간의 건강,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세밀히 살펴본다. 연구결과를 입증하는 사례들을 제시하여 충분한 객관성과 타당성을 준다. 또한 이 사례들은 실제 이 세상을 살아간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좀 더 쉽고 재밌게 연구를 이해하게 만든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사교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사교성이 좋아서 붙임성 있게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보다 말이다. 그래서 태생이 내성적인 나는, 좀 더 사교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은근 노력을 많이 해왔더랬다. 먼저 말을 걸고 농담도 하고 으하하 크게 웃기도 하고. 이게 꽤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라 그동안 남모르게 고민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얼마나 반가운 내용인가! 사교성은 건강에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되지 않는다니. 오히려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회활동에 소극적인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사교성은 때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음주나 흡연에 대한 권유나 사회적 압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를 통해 사교성이 좋은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술과 담배를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믿어온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다는 내용을 읽으니 머리가 살짝 멍해진듯했다. 새삼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그런 생각을 왜 하게 된 건지, 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교성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다른 파트의 항목들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나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느라 무진장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질테니 정말 다행이다. 참 기특하고 고마운 책이다.
앞에서 연구의 실제 사례가 독자들을 재미있게 더 쉽게 이해하게 한다고 했는데 이 실제 사례와 더불어 이 책을 더 가깝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셀프테스트이다. 각 파트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건강과 관련된 특징에 관해서 자기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바로 셀프테스트이다.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성실성, 사교성, 신경증, 사회적 지지관계, 남성성 혹은 여성성에 대해서 간단한 몇 개의 질문에 대답을 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셀프테스트는 연구 결과를 좀 더 현실적으로 자신의 삶과 일상생활에 연결하게 하는 센스있는 항목인 것 같아 참 마음에 든다. 중간 중간 나오는 셀프테스트들을 빼먹지 말고 꼭 하고,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누구든 자기 몸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 누구든 건강하고 튼튼하고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건강이란 놈을 위해 무수히도 많은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노력은 제대로 된 지식과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건 당연한 거다. 잘못된 걸 믿고 무작정 따라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생하고 스트레스만 왕창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제까지 잘못 알고 무작정 따라왔던 믿음들에 태클을 걸어준 이 책이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이 책이 밝혀낸 올바른 지침을 기본으로 하여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