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요괴전 -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생태경제학 시리즈 1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88만원 세대>에 이어 다시 우석훈의 책을 집어 들었다. 두번째라서인지 그의 말투가 편하게 다가온다. 1부는 글로벌, 2부는 한국의 생태요괴들을 소개하고 있다. 간단한 구성이다. 주문사항도 그리 어렵지 않아 좋다.

1부.  

드라큘라와 좀비,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그가 이 세상에서 뽑아 올린 수많은 생태요괴들. 앞의 세 분, 낯익은 이름들이지만 우석훈이 소개한 의미는 신선하다. 드라큘라는 당시 부상하고 있던 자본가의 화신이라니.. 좀비는 노동자와 소비자들이라니.. 아니 이런 얘기들을 풀어내놓고 '청소년을 主독자층으로 할테니 그리 알아라'고 선언하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생태요괴들로 선정된 수퍼태풍, 사막화-해양사막화 현상, 로드킬.. 이 대목에선 정말 암울함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어찌 해 볼 도리 없는 일 아닌가? 

2부.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얘기다. <어린이 마시멜로>를 읽도록 강권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우리나라. 엄마요괴를 중심으로 개발주의가 확대,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사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우리나라. 내가 거쳐왔었고 지금도 걷고 있는 길이 생태적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 건지 짚어준다. 그리고는 당장 어떻게 살아갈거냐? 이렇게 살면 어떻겠니? 라며 자문자답을 한다. 참 친절하시다. 보통 작가들은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해! 하며 끝내는데, 우석훈은 조금 더 나아가려고 시도했다.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advice의 quality는 아직 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0장이 주는 울림이 컸다.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그리고 마을 만들기.. 일종의 일상 지침서다. 개발요괴로 전락하지 않고, 생태요괴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이렇게 살라는 뜻일게다.  

읽는 내내 희망을 느꼈다. 희망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개발요괴와의 싸움은 물리력의 충돌이 아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삶의 습관과 가치를 바꾸는 것일테고, 사회정치적 차원에서는 생태 공동체와 녹색정치를 확대해 나가는 일이다. 나도 할 일이 많다. 우석훈은 앞으로도 써 나갈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 기울였으면.. 그리하여 생태요괴의 노여움을 풀어 나가고.. 한국 개발요괴들의 공세를 이겨내고.. 지구 문명의 급작스런 쇠락을 막아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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