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래 사랑하고 기억할 그들의 이야기 <요나단의 목소리>


평생 거짓말이라곤 할 필요가 없었던 의영은 말하지 않는 것이 많은 룸메이트 선우에게 막연한 호기심을 느낀다. 방에서는 무사처럼 공부하고 채플에서 천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 소년은 살아간다기보다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의영은 처음 알게 된다. 같은 공간 안에서 나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2023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을 기념해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알라딘 전자책팀 강나래 MD




<요나단의 목소리> 2023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을 축하드리며, 간단한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요나단의 목소리> 2018년에 독립 창작 플랫폼딜리헙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1년 여름에 완결한 만화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서로를 만나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말씀해 주셨듯 <요나단의 목소리>는 자전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인데요. 세심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내용이니 여러 가지로 고민하신 부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구상 당시와 실제 연재 시에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라진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우선 구상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의영이라는 인물의 쓰임입니다. 이야기를 처음 구상할 때에는 의영이가 모든 갈등을 혼자 겪어내는 선우를 지켜보며 그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나레이터로 쓰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개를 하다 보니 선우에게, 또 이야기의 결말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 되었고, 의영이 덕에 <요나단의 목소리>라는 제목에도 층위가 쌓였습니다.


사라진 에피소드들은 엄청나게 많은데요, 이 질문에 답을 하려고 삭제된 대사와 메모들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정말 삭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밖에 없었습니다. 장면 사이사이의 이야기는 독자님들이 상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나단의 목소리>는 영화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세심한 연출들이 몹시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일례로 저는 선우를 가두고 있는 창틀이 십자가 모양으로 보였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는데요. 특별히 연출적으로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대사를 쓰는데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멋진 대사를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가장 적절한 표현을 그 인물이 발화할 법한 말투와 어휘로 쓰는 것에 작업 시간의 대부분을 쏟습니다. 만화의 대사는 말풍선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완성된 대사를 인물의 연기와 대사가 읽히는 타이밍을 고려해서 쪼갠 다음 적절히 배치합니다. 대사가 완성되면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어울리는 그림을 떠올려 칸을 채우거나 비우고, 연출을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연재분과 달리 색을 입혀 출간되었는데요, 흑백본과 채색본 각각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굉장히 멋진 지점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색을 떠올리고 작업하셨는지, 완결 이후에 어떤 색깔들이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일지 궁금합니다.


제가 흑백 만화를 좋아하고 <요나단의 목소리>의 이야기와도 흑백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색을 입힐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산북스 출간 때 출판사에서 채색을 권유받았고, 편집자님이 아트웍을 꼼꼼하게 확인해 주신 덕에 흑백본과 매우 가까운 분위기로 채색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이 잘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몇 달 안에 천 페이지를 수정하고 채색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았답니다.





그럼 이제 또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다윗과 선우는 <파애>로, 선우와 의영은 <코러스> ost로 이어진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면 주영과 다윗을 이어주는 곡도 있었을까요?


주영과 다윗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음악과 같은 특별한 매개가 필요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영이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봐도 다윗을 떠올릴 겁니다.





mp3를 주고받던 선우와 의영이처럼 작가님의 mp3를 건네받을 수 있다면 그곳엔 과연 어떤 플레이리스트가 담겨 있을지요. 독자님들과 작가님을 이어줄 수 있는 곡들도 궁금합니다.


작중에서 선우가 듣고 부르는 노래들은 대부분 실제로 제가 어릴 때 좋아하고 위로받던 곡들입니다. 말 그대로 mp3 플레이어를 사용할 당시에요.


어른이 된 지금 늘 신곡을 기다리는 아티스트는 악뮤, 라나 델 레이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입니다. 그리고 아이유라는 가수의 존재를 언제나, 최근엔 더더욱 소중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 가수들의 추천곡을 하나씩 적어볼게요.


악뮤 - EVEREST

Lana del Rey - Yes to Heaven

Florence + the Machine - No Choir

아이유 - 아이와 나의 바다





, 영화, 뮤지컬 등등 작중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는데요. 관련된 작품이 아니더라도 추천해 주시고 싶은 다른 작품이 있다면? 의영, 선우, 주영, 그리고 다윗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면 가장 최근에 보았을 법한 작품을 골라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의 작품 감상 습관이 연극과 뮤지컬에 극도로 편향되어 있는데, 공연예술은 표값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한 번 폐막하면 재공연이 요원해 작품을 추천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목을 기억해두셨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은 뮤지컬 <펀 홈>과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입니다. 비교적 한국에 자주 올라오는 작품 중에서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를 추천합니다.


근 몇 년간 본 책 중에는 <나의 눈부신 친구>로 시작하는 <나폴리 4부작>, 영화는 <조조 래빗>이 특별히 좋았어요.


최근 작품 중 선우는 영화 <애프터썬>, 주영이는 영화 <너와 나>를 좋아했을 것 같아요. 의영이는 넷플릭스에서 그때그때 유행하는 드라마들을 잘 볼 것 같고요.  





어느덧 연재 완결로부터 몇 년이 흘렀어요지금의 선우와 주영의영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마음 같아서는 주영의 이야기도어른이 된 선우와 의영의 이야기도 만나 보고 싶은데요혹시라도 외전 계획이 있으실지출간되진 않더라도 속으로 생각해 두신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실은 단행본 마지막에 어른이 된 주영이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가 연재분에 없었던 외전입니다. 저도 세 인물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때때로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아마 10대 시절의 많은 부분은 이미 흐릿해졌을 것이고, 더 큰 고난과 갈등도 이미 마주했거나 앞으로 찾아오겠죠.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오는 데에 어릴 적 서로 사랑한 경험들이 작지 않은 발판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을 더 떠올려보는 것도 즐겁기는 하지만 지금 세 권의 책 속에 담긴 이야기로 <요나단의 목소리>는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전 질문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다음 작품 계획도 있으실까요?


계획은 없지만 마음은 있습니다이미 <요나단의 목소리>를 완결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면구스럽게도 조만간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님들께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편히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이 작품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나단의 목소리>를 작업하던 때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요나단의 목소리>를 읽는 시간이 즐거우셨다면 기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