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어째서 이런 거야?” 아무리 외쳐 봐도 세상이란 곳은 태어남과 동시에 공평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부모의 경제력도, 자신의 능력도 하다못해 자신의 외모조차 공평하게 태어나지를 못하지 공평 할래 야 공평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간혹 세상이 좀 공평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기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늘 같음 상태라는 것은 말 그대로다. 언제나 항상 모든 것이 같은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이 마을엔 사랑이나 우정 혹은 괴로움, 슬픔 따위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자체란 것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는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그 어떤 차이도 없앴다고 할 수 있다. 피부색도 모두 같고, 언어도, 교육도, 하다못해 가족을 이루는 구성요인 또한 똑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 것인가???

 

가족구성원은 기초가족이라고 하여 4인 가족이다. 그 가족을 이루는 아이들조차 사랑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이 아닌 마을 위원회에서 배정해준 아이들이다. 그것도 한집에 딱 2명만이 허락된다.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그렇다면 부부는 어떤가? 사랑으로 결혼 따윈 있을 수 도 없다. 신청을 하면 심사를 해서 가장 적절한 사람을 골라 맺어주는 식이다. 그럼 아이는? 역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일 뿐이다. 그들은 욕망을 없애기 위해 매일 약을 복용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똑같은 날 한 살이 되고, 여덟 살이 되면 자전거를 모두 똑같이 배정받고, 열두 살이 되면 자신의 미래 직업을 배정받는다. 누구하나 그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고, 불행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각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12살에 이미 정해주는 것이다. 그 직업 속에 산모라는 직업군도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노인의 집으로 들어가고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임무해제를 받는다. 물론 중간에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임무해제를 받는다. 그리고 임무해제를 받은 사람은 마을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그 마을에 조너스라는 소년이 있다. 열두 살을 코앞에 두고 있는 소년은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 될지 두렵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어떤 직업을 자신에게 배정될까를 고민하는 소년에게 뜻밖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보유자란 직위가 배정된다. 기억보유자란 세상의 모든 옛 과거의 기억들까지 다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다. 전 기억보유자의 기억을 고스란히 전해 받아야 하는 조너스. 전 기억보유자는 기억전달자가 되어 조너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전달해주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조너스는 자신들의 마을이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기억을 없애고 이런 언제나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진정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소녀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어떤 경제력 차별도 없고, 인종적 차별도 없고, 신체적 차별도 없는 세상. 얼마나 환상적인 세상이란 말인가. 이런 세상이라면 아무도 불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감정이란 것이 없으니 질투도 시기도 미움도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참 재미없는 세상이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저런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아무 불만 없이 살아가고 있겠지.

 

어째서 이 마을은 기억보유자를 만들어 놓을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기억보유자만 아니였다면 어떤 위험에도 노출될 일이 없는 곳이 이 마을이니까. 그 의문은 기억전달자와 기억보유자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기억전달자가 말한다. 한집에 두 명의 아이를 배정하는 것에 대해 더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온 위원회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의 기억 중에 기아, 배고픔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조언을 해줬다고. 자신의 경험은 아니지만 그에게 전달된 기억 속엔 인구증가로 인한 기아와 배고픔에 대한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기억보유자에게 남아있는 기억에 의한 지혜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기억보유자는 명예로운 직위이긴 하지만 그 자신에겐 너무도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고통, 아픔, 슬픔, 공허함등을 본인은 가지고 있어야하니 말이다.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는데 ...

 

이곳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위원회에 의해 결정지어 살아가게 된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선택과 자유가 없는 그런 삶. 간혹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때 누군가가 대신 이렇게 해라라고 결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 결과에 따라 나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을테니 그래, 어쩌면 더 편하겠지 하는 유혹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는 좀...역시 모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복할 수는 없는 노릇인가...

 

모두가 공평하고 행복하고, 즐겁고...그런 세상은 존재하기가 힘들겠지? 그러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그런 삶 말이다. 역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안에서 내 자신이 행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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