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문부식 지음 / 삼인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문부식 씨가 당대비평이라는 잡지에 기고하였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제가 저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 분이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이었다는 것과, 얼마전 조선일보에 그것을 '참회'하는 글을 기고하였다는 것뿐이었어요.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했다는 것의 정당성은 접어 두고라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분명히 역사적인 인물이었고, 시대의 '영웅'이었습니다. 군부독재 시기에 미국에 온몸으로, 행동으로 저항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그는 그러한 행동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파시즘과 승리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해 경계합니다. 올바르지 못한 정권, 파시즘, 군부 세력에 저항하는 방법이 역시 올바르지 않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노동 현장에 접해 있지 않았던 사람이 몇 권의 사회과학 책을 읽고 어느새 노동운동가 처럼 행동하였던 과거, 승리에만 집착하여 학생들을 군사조직체처럼 다루었던 학생운동가들...저자는 어쩌면 자신이 비판을 받을 것을 각오하면서도, 이러한 잘못된 행동들에 대하여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저자의 인식이 기본적으로 '슬픔'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사상이나 말재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진정한 인간의 사랑.. 저자의 논리적이면서도 참회적인 글들 속에서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강력한 확신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글이 약간 자기 고백적인 문체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지식인의 참다운 자기 성찰'이라는 점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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