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서구, 도시, 현대 문명의 화려함도 알고 있지만, 그 뒤에 숨은 어두운 모습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우리 자신이 삶을 선택할 때는 도시의 어두운 것을 '외면'하면서라도 도시의 삶을 선택할 때가 많다. 방드르디 자신은 몰랐을까? 백인들의 배를 따라가 보았자 자신은 차별 받으면서 하층의 생활을 할 것이라는 것을, 방드르디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로빈슨과 함께 사는 것이, 화려한 생활은 없어도 마음 편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방드르디는 위험한 모험을 택했다. 시골 청년들은 도시에 가면 시골 보다 훨씬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먹고 살기에는 시골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울로 몰려들었다. 내가 만약 글 후반부에 나오는 방드르디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나는 화이트버드의 생활을 택하였을 것 같다

역설적으로 배에서 가장 천대받던 수부가 로빈슨에게 찾아오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시, 서양, 현대 문명에 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것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것에 환멸을 느끼고, 로빈슨과 이 수부(나중에 목요일이라는 뜻의 '죄디'로 불리는)와 같이 근대화되지 않은 곳을 찾아 나선다. 어떠한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일까?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이 소설은 서구인의 삶을 비판하고 비 서구인의 삶을 옹호함으로써 다른 시각으로 문명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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