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론의 변용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30
아오키 다모쓰 지음, 최경국 옮김 / 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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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경제 성장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일본인의 특수성과 일본인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세계적으로 본받을 만한 가치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막상 그러한 것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적용시켜 본 결과, '비민주적이고 차별적인' 경영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1990년대에 들어 일본의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일본적인 특성에 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80년대 까지는 일본을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일본문화 담론이 가진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회 구조는 무척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유럽 문화'라는 이름으로 하나라고 부르는 오류를 범하였다. 일본인들이 집단적이라고 하지만, 독일의 집단주의적인 모습을 보면, '오직 일본만이' 집단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다루었던 '축소 지향의 일본인, 일본인과 일본 문화, 일본인과 집단 주의' 등 수많은 책들이 이러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였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것은, 향후 일본에서의 국제화 논쟁이, 한국에서의 국제화 논쟁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쇄국적'인 입장에서는 일본과 외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강조하여 일본의 국제화에는 한도가 있고, 외국인이나 이문화와의 상호 교류도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의 특질에 입각하여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나라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라는 주장을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것을 현대화한 서편제 같은 영화를 예로 들어, 우리 전통적인 것을 잘 살리면 세계에서도 인정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성이 결여된 전통 문화의 세계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의 현대 음악은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가부키 같은 연극이 해외에서 받는 반응은 단지 '매우 특이하다'는 것일 뿐, 외국인들의 감성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개방적'인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이 국제 사회 속에서 일본이 외국과 상호 교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서는 제도나 조직도 개방하여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고 외국어와 일본어를 병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한참 논의되고 있는 '영어 공용어 사용' 문제를 보는 것 같다.

사실 민족이라는 것이 비록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음이 많이 밝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민족 혹은 민족성의 구분을 완전히 뛰어 남는 국제화가 있을 지 의문이다. 청나라가 한족을 점령한 후, 청나라 고유의 문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지배층인 만주족이 오히려 피지배층인 한족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영어를 많이 써야 세계화, 국제화에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한국 혹은 일본이 미국에 흡수되는 것을 바라는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의 일본 문화론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일본 대 서구(미국)의 비교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또한 일본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반대로 비하해서도 안 된다. 역사적인 사실과 사회 경제적 자료를 통하여 일본의 문화에 관한 담론은 더욱 체계화되고 정교해져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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