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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묘수와 정수
문휘창 지음 / 크레듀(credu)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기억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또 하나의 축복이며 또한 고통이다.
기억이란 녀석은 촉매와 같이 과거의 사실에 대한 감정을 과장되게 만든다.
비 오는 날, 연인과 헤어진 사람은 비를 보며 이별을 떠올리고, 멋진 뒷풀이가 동반된
영화 관람평은 후해지기 마련이다.
저자 문휘창 교수는 나의 대학원 스승이다. 아니 보통 스승님과 다르다.
당신은 나를 기억하시지 못하시겠지만, 내 인생의 중반부(30대~50대)의 방향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 몇 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이 또렷이 떠오른다. 수주간의 고민끝에 결심한 늦깍이 공부. 그리고 첫 수업시간. 학우들은 하나같이 굳은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학졸업 후 십수년이 흘러, 소위 밑천이 다 떨어져서 너덜해진 스스로에 대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내 앞에, 문 교수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등장하셨다.
나는 그의 강의를 온몸으로 들었다. 내 몸의 모든 땀구멍과 감각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면 믿을까. 그러나 - 나도 믿기지 않지만 – 그땐 그러 하였다.
그의 경영학 강의의 베이스는 이 책의 서문에도 나오지만 논의의 한 구절이다.
學而不思則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思而不學則殆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얼핏, 칸트가 일갈한 “직관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론과 실제가 조화로워야만 한다는 의미로, 현실에 발을 디디는 학자, 늘 공부하는 경영자만이 경쟁에서 생존한다는 것이다.
당시에 나를 번민케 했던 모든 고민,“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가 그가 인용한 이 한 구절로 너무나 싱겁게 해소되어 버렸다.
자, 이제 책으로 돌아오자.
부제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최근, 경영 전략부문에서 최고의 분석틀로 떠오르는 다이아몬드 이론의 우수성을 소개한다. – 물론 소개에서 그치진 않는다.
다이아몬드 이론은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개발 하였지만, 계승, 발전시킨(특히, 글로벌 개념을 도입한 더블 다이아몬드 이론은 문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이다) 학자들의 선두주자는 단연 문휘창 교수이다.
저자는 책에서 다이아몬드 이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온갖 사회현상에 다 적용시켜 설명한다. 즉, 스스로 學(학)하고 思(사)함으로 이론을 증명하였으니 세상 경영자들은 망설임 없이 行(행)하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철저한 귀납적 방법에 의한 명쾌한 설득이다.
닌텐도/세가/소니의 경쟁을 긍정적 총합의 경쟁(Positive –sum Competetion) 으로 풀면서 심상치 않은 스타트를 끊은 저자는 소니 vs 삼성, 한국 vs 싱가폴, 한류, 한국영화, 히딩크, 이라크 파병 등 수많은 사례를 등장시키고 그것들을 다이아몬드 이론으로 분석/평가한다.
특히, 차량 번호판을 비교함으로써 국제화의 수준과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든가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200년이나 오래되었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등을 설명(물론 다이아몬드 이론으로) 할땐 신선함을 넘어서 경외감마저 갖게 하였다.
그는 아예‘독창성은 깊은 산속에서 혼자 연구하여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최고를 잘 연구하여 그것에 플러스 알파를 하는 것’(p82) 이라면서 포터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문휘창화 해버리고 있다.
책의 후미에 그는 다이아몬드 모델의 우수성을 ‘균형감각’이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다른 모델이 대부분 생산이나 수요 중 한쪽만 보는 데 반해 다이아몬드 모델은 우선 이 두 분야를 다이아몬드의 왼쪽과 오른쪽에 놓고 균형있게 본다. 그런데 생산과 수요는 주변의 관련 상황에 따라 그 효율성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관련 상황을 소프트웨어적인 경영여건(전략/구조/경쟁)과 하드웨어적인 인프라(관련 및 지원분야)로 다시 구분해 다이아몬드의 위쪽과 아래쪽 꼭짓점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두번째 미덕은 기존 이론을 철저하게 부수면서 학문적 파괴감(?)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3C, 보스톤컨설팅그룹의 BCG, 6시그마, BSC(Balanced Scorecard) 모델의 한계를 조목조목 비판할 때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란 말을 떠올리고 말았다.
마지막 미덕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하고 싶은 다이아몬드 이론을 통한 전략 수립이라는 멋진 대안 제시이다.
무분별한 블루오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MS, 월마트 등의 발전 단계에 따른 경쟁전략을 분석하면서 슈퍼1등의 전략, 1등 전략, 2등 전략을 역시(!) 다이아몬드 이론을 통하여 차분하게 가르쳐 준다. - 아, 너무 친절한(?) 문교수님!
끝으로, 문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작성한 필기노트의 몇구절을 옮겨본다.
(강의시간에 문교수깨서 언급하셨을 텐데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정확한 출처는 잊었다)
- Try to find something from anything
- 게으르면 자신을 망치고 부정적이면 조직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