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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상실의 시대를 두번 읽고,
아무래도 이책도 두번읽어야 할 것 같았다.
이유는 없다..
어렴풋이,참 재밌게,술술 읽혔던 책이었지..라는 기억밖에 없어서,
이번엔 제대로 내 머리속에 각인시키고 싶었을런지도..
진희,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
엄마가 자살을 해서,할머니의 손에 의해 키워진 아이.
이 아이가 사는 집엔
여러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한지붕 세가족처럼....
남의 얘기 하길 좋아하는 장군이 엄마.
왕년엔...어쩌구,이사람 박광진이를 우습게 보지 마라..라는 말을
연신 하고 다니는 광진테라아저씨.
그 아저씨에게 순결을 뺏기고,그것이 자기의 운명이라고 믿고 사는.
참,,,아련한 그의 아내,재성이 엄마.
장군이엄마네 하숙을 하는 이선생님과,최선생님.
그리고,빼먹을수 없는 사람 진희이모.
진희이모는,,책을 볼때마다.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진희에게 항상 속마음을 들키고,
어른으로서의 체신은 어디뒀는지.연신 실수투성에다가.
언뜻 나를 보는듯도 했다..
하는짓은 얄밉고,밉살스럽고,덜렁대지만,
그리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마지막엔 사랑에 아픔을 이겨내고,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모이다..
진희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그리고 진희가 몸담고 있는 집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얘기가,진희의 눈을 똥해.아주 생세하게.
표면적으로면 세세하게 표현된게 아니라.
그 속내까지.참 어떻게 저렇게 딱! 저런 표현을 썼을까..싶을정도로
진희가 어른들의 행동을 바라보며
설명해 주는 부분에선,정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감정,기분을
이렇게 글로 잘 표현해 내다니..
작가의 글로 표현된 우리네 수십만개의 감정들은
정말 그야말로 아귀가 딱딱 맞는다.
이모가 이형렬과 편지를 주고 받느라고.
한껏 부풀어 오른 감정을 표현할때,
진희가 허석에게 피어오른 사랑의 감정을 얘기할때,
재성이엄마가 모진 매와,욕짓거리와,남편의 바람끼..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버스에 오르려 했을때의 감정과,
결국엔 버스에 오르지 못하는 그 고무신 신은 발을 묘사했을때의 그 문체..
문체 하나하나,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나 가슴깊이 박혔었다..
아..맞어,,
나도 저런 기분이 들때가 있어,,라고 마치 내 기분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모냥,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묘사들..
아이같지 않은 아이,진희가 바라보는 세상.
"바라보는나"와 "보여지는나"가 필요한 세상.
우리네 60년대를 통찰하듯이 이책은 쓰여져 있다.
하지만,60년대의 모든 사람들이
90년대에도 변하지 않고, 또 등장하고,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이제 38살이된 진희가 말한다.
그럭저럭 삶에 묻혀 살다보면,
우리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는다.
거스를 수도 없거니와,굳이 거스를 당위성도 느끼지 못하며
각박하게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아니 언제나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제어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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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늘 나는 세상 일은 우연한 행운이 쥐고 흔드는 거라고 생각해 왔다.
ㆍ나는 거짓과 위선이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ㆍ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
ㆍ불행한 날에 행복한 지난날을 떠올리는 것은 이중의 고통이다.
ㆍ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라 차 있다.
ㆍ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