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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김삼연 ㅣ 바람그림책 175
홍정아 지음 / 천개의바람 / 2026년 3월
평점 :
그림책 「내 친구 김삼연」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네는 작품이다. 이야기 속에서 한 아이를 두고 서로 다른 말들이 오간다. 누군가에게는 당당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어딘가 서툴고 미숙해 보인다. 어떤 존재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아이이지만, 다른 존재에게는 불편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평가들이 이어지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다다른다. 한 사람을 하나의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이 책은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쌓기보다, 여러 시선이 차곡차곡 쌓이며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모습들은 모두 부분적으로는 진실이지만, 동시에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어린이 독자에게 중요한 배움의 경험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흔히 겪는 오해와 갈등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듣기’와 ‘기다림’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아이의 태도이다. 다양한 시선과 평가가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그 아이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의 말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리듬대로 움직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어 간다. 이는 단순한 성격 묘사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힘을 보여 준다.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태도,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여러 모습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림 또한 이 책의 메시지를 섬세하게 뒷받침한다. 크레용과 색연필로 그려진 화면은 장면마다 온도가 다르다. 일상의 공간에서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흐르다가도, 상상의 장면에서는 색과 형태가 자유롭게 확장되며 감정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같은 인물이지만 장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각적 경험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확장시키며 읽는 이의 해석을 넓혀 준다.
이 책은 교실에서의 활용 가치 또한 매우 크다. 친구를 한 가지 말로 표현해 보기보다 여러 모습으로 설명해 보는 활동,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는 시간,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는 연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관계를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바라보는 힘을 기르게 된다. 동시에 나 자신 역시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내 친구 김삼연」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 어떤 모습도 혼자서 나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함께 품는 일에 가깝다. 이 그림책은 그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따뜻하고도 깊이 있게 전해 주며, 한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힘을 길러 주는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