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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넘기지 마! -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그림책 부분 수상작 ㅣ 그림책이 참 좋아 123
홍민서 지음 / 책읽는곰 / 2026년 2월
평점 :
책장을 펼치면 공룡 티노가 독자를 먼저 맞이한다. 보통의 그림책처럼 조용히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티노가 마치 실제로 말을 건네듯 다급하게 외친다. “제발 책장을 넘기지 마!” 오랜 시간 혼자 책 속에 남아 있던 티노에게 독자의 방문은 그만큼 반갑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노는 어렵게 찾아온 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방법들을 떠올린다. 나무판자를 세워 책장을 막아 보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경고판을 들며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독자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점점 커진다. ‘그래도 다음 장이 궁금한데?’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가 이야기를 단순히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장을 넘길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참여하게 되고, 그 선택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페이지를 넘기는 작은 행동이 긴장과 웃음을 만들어 내며, 아이들은 책이라는 물성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이야기를 듣는 데서 그치지만 어떤 책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움직이게 한다. 《제발 넘기지 마!》는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티노의 부탁을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그래도 넘겨 볼까?” 하며 장난스럽게 다음 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독서는 더 이상 조용히 앉아 듣는 활동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즐기는 놀이가 된다.
또 한편으로 티노의 마음에는 조금의 쓸쓸함도 담겨 있다. 예전에는 자주 찾아오던 독자들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화면 속 세계가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책이 조금 멀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티노의 능청스러운 투정과 과장된 행동은 웃음을 주면서도 은근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책 속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까.
교사의 입장에서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보여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나아가 책과 상호작용하며 읽는 경험은 아이들이 책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다시 펼쳐 보고 싶은 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책장을 다시 펼치는 순간, 그 이야기들은 다시 살아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