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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 공교육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신서희.김유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5년 12월
평점 :
요즘 교실에서 갈등의 끝은 종종 대화가 아니라 ‘신고’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곧바로 절차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언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법과 제도가 학교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금, 교실이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회복될 수 있는지 묻는다.
저자들은 교육 전문가와 변호사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현장을 바라본다. 그 덕분에 이야기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실제 사례와 중재 경험을 바탕으로, 사소한 언어폭력이 어떻게 확대되고 제도화되는지, 그때 교사의 개입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학교는 무엇을 선택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차분하게 짚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법이 틀렸다’거나 ‘교육이 무력하다’는 단순한 이분법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법의 필요를 인정하되, 그것이 교육을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잘못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그 책임이 곧바로 배제와 낙인이 되지 않도록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처벌’보다 ‘책임’, ‘퇴출’보다 ‘회복’이라는 언어는 교실에서 매일 갈등을 마주하는 교사에게 공허한 이상이 아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의 본질이 관계 회복과 성장에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읽는 내내 불편함이 따른다. 우리가 이미 익숙해져 버린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불편함은 회피가 아니라 성찰로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교사만의 책도, 학부모만의 책도 아니다. 교실이라는 공동체를 둘러싼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서에 가깝다.
무서운 제목과 달리, 이 책의 결론은 냉정하면서도 희망적이다. 제도는 필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며, 교육은 여전히 사람을 변화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다. 신고 이후에도 대화를 시도하는 용기, 갈등을 교육적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노력, 그리고 가정과 학교가 각자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담담히 짚는다.
신고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교사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이 책은 정답을 대신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며,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교육의 마지막 온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지금 교실에 서 있는 교사라면,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라면 한 번쯤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