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다치지 않게, 친구 마음 상하지 않게 - 힘든 열한 살을 위한 마음책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박진영 지음, 소복이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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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은 또래 관계가 인생에서 본격적으로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아이는 이때부터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의식하게 되고,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친구에게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몸과 마음은 사춘기의 문 앞에서 더 예민해지고, 말보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에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서운함이 오래 남기도 한다.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친구 마음 상하지 않게>는 바로 이 섬세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마음 고민에 다정하게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친구 관계를 그저 “사이가 좋게 지내야 하는 것”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종종 “친하니까 괜찮아”, “친구끼리는 원래 이래”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실제 교실에서는 이런 말 아래 장난과 상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자주 보게 된다. 책은 친밀함 속에서도 심리적·신체적 경계를 지키는 것이 무례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상대도 존중하는 건강한 태도임을 분명하게 알려 준다. 이는 또래 관계 경험이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열한 살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해이다.

 또한 이 책은 아이가 느끼는 소외감, 불안, 실망 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또래 관계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아이는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밀어내거나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이 내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안내한다. 이는 정서 조절 능력과 자기 이해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


 오늘날의 열한 살은 교실에서만 친구 관계를 맺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 메시지 앱, SNS 등 디지털 환경에서의 관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온라인에서 생길 수 있는 소외와 감정 상처, 말로 하는 폭력까지 다루고 있으며, 단순히 “조심해라”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거절하며, 어떻게 거리를 둘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이는 교실과 가정 모두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제적인 조언이다.

결국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마음을 지키는 일은 관계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모두와 친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그리고 그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나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친구 마음 상하지 않게>는 열한 살 아동의 마음을 지켜 주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는 책이다.
교실에서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 집에서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조용히 속상해하는 아이,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와 부모에게 이 책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길잡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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