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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싼 스타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47
김용세 지음, 신민재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어린 시절 누구나 부끄럽고 숨고 싶은 순간이 있다. 친구들 앞에서 말실수를 하거나, 뜻하지 않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똥 싼 스타』는 바로 그런 순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며,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린다.
주인공 진구는 소봉초등학교가 공사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함께 북봉초등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낯선 공간, 형들의 눈치, 빼앗긴 운동장. 진구는 늘 움츠러들며 정당한 권리를 말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배탈이 난 진구는 결국 교실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제 곧 “똥싸개”라는 놀림을 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 하지만 이 부끄러운 사건은 오히려 진구가 다시 일어서는 힘, 즉 회복탄력성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
책의 가장 큰 울림은 진구의 깨달음에 있다. 그는 자신이 놀림을 받을 위기를 겪으면서, 예전에 같은 실수를 했던 친구 영준이를 무심코 놀렸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뒤늦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감능력을 키우는 장면이다. 실수를 부끄러움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새롭게 맺고 더 따뜻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꾸어 내는 것이다.
또한 진구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더 이상 형들에게 눌리지 않는다. 이제 그는 운동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목소리를 낸다. 이는 단순한 축구 시합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고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자기주도적 용기의 표현이다.
『똥 싼 스타』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으로 가득하다. 화장실에 가려다 가로막히는 장면, 교실에 퍼지는 냄새 묘사, 그리고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은 저학년 독자의 몰입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짧고 경쾌한 문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은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도록 돕는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웃음 속에 스며 있는 메시지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지금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다른 사람의 실수를 감싸 줄 수 있는 공감능력, 그리고 부당함 앞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기주도적 용기다. 『똥 싼 스타』는 바로 그 세 가지를 자연스럽게 길러 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솜사탕처럼 달콤한 성장의 흔적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진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실수를 새로운 힘으로 바꾸어 내며 별처럼 빛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