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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대장 홍수아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장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5년 4월
평점 :
처음은 언제나 낯설다.
익숙한 것들이 주는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처음 교복을 입는 날, 처음 한 줄로 줄을 서는 날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눈물 대장 홍수아』는 그런 '처음'의 순간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어깨를 토닥이며 말없이 응원해 주는 책이다.
도윤이는 축구가 하고 싶다. 아니, 축구만 하고 싶다. 그것만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아는 결심한다. 오늘은 울지 않겠다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고, 잘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도윤이는 원하는 방과후 수업에 들지 못하고, 수아는 입학식 당일 이가 빠져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만다.
실패한 것 같고, 다 틀어진 것 같아도 아이들은 결국 자신만의 속도로 첫발을 내딛는다. 도윤이는 뜻밖의 곳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수아는 할머니가 묶어 준 ‘울음주머니’를 안고 조금씩 스스로를 다잡아 간다. 어른들의 눈에는 작은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이 모든 순간이 진짜이고, 전부이다.
『눈물 대장 홍수아』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내가 원하는 대로 돼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비춘다. 눈물이 터질까 말까 입술을 꼭 다문 수아의 마음, 마지못해 줄넘기 수업에 참여하는 도윤이의 복잡한 표정. 그 섬세한 감정의 선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나온 첫 경험의 풍경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처음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 ‘어설픔’이야말로 우리가 배우고 자라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첫 아이를 낳던 날, 낯설고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병원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내 삶이 달라질 거야.’ 그 처음의 떨림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마음 깊이 다가온다.
처음을 겪는 아이들을, 그 순간을 함께 맞이하는 부모들을, 조심스럽게 응원해 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초등 독서교육, 생활지도, 새 학기 적응 활동 자료로도 추천한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과 함께 읽고, ‘내가 처음 겪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면 더 깊은 공감과 성장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이 무섭고 서툴 수 있지만, 그 순간을 견뎌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