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초록색 병 바람어린이책 35
아르투르 게브카 지음, 아가타 두덱 그림,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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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말을 들으면 알코올 중독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은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개인의 문제, 의지 부족으로 여겼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간주한다. 가족과 그 주변인의 희생과 도움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우며, 한 번의 치료로 성공하기 쉽지 않기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빠와 초록색 병은>은 알코올 의존증 아빠가 있는 가정의 모습을 아이의 시점에서 그려낸 이야기이다. 아이인 는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나타난 초록색 병을 알아차린다. 나와 엄마는 점점 커지는 초록색 병을 무서워하지만, 아빠는 점점 초록색 병에 빠져든다. 초록색 병이 커질수록 아빠의 무섭고 이상한 행동은 늘어난다. 결국 아빠는 초록색 병에 빨려 들어가고 마는데.

 

가족 중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있다면 참 두렵고 무섭다. 단순하게 어른이 술을 마시는 문제가 아니다. 미움과 막막함,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게 되는 건 한순간이다. 알코올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져, 본인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행하는 말과 행동이 가족에겐 절망과 상처로 떠밀게 된다. <아빠와 초록색 병>은 글과 그림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초록색 병은 외국 동화임에도 우리나라의 유명한 술병 색깔을 떠오르게 한다. 초록색 병이 커질수록 아빠의 기묘하고 기괴한 표정 변화를 보여주고, 이와 함께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엄마와 나, 주변 인물의 시선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 강렬했다. 병 안에서 두려움과 절망에 허우적대는 아빠를 보며 외면하고 싶었는데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이웃의 따뜻함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세상 모두와 단절된 아빠가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아빠와 초록색 병>은 액체나 가루를 담는 데 쓰이는 그릇이 될 수 있겠지만 질병의 이 될 수 있는 이중적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빠와 초록색 병>은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 속 실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통해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공감하거나, 만약 본인의 상황과 같다면 위로와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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