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서 읽었다. 전작에 비해 빈틈같은, 작가의 말대로 독자의 여지가 많이 허용되는 책이다. 이 작가는 글을 말하듯, 말을 글 쓰듯 참 잘 한다는 생각이든다. 말도 재미있게 하지만 어려운 개념도 어찌이리 쉽게 술술 설명하는지! 이렇게 잘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가르치는 일을 때려치웠다는 일이 애석할 따름...예전 책에서 몇몇 위대한 인물들이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를 보곤 나도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건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나보다. 작가는 오십이 넘어 시작한 그림, 거기서 행복과 의미를 찾고, 그걸 모아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양념으로 친 책을 엮어냈다. 사회 현상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풀어내는 일. 그 분야에서 공부한 사람이라면 가져야할 법한 이런 통찰이 부럽다.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 학교 문화나 학급의 모습을 통찰해 낼 이론이 나에게 있는가? 라는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나의 배움과 깨달음이 짧아 그러하다는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채우고자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 가지 더: 나도 가르치는 일이 즐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