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삼일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연수, [눈내리는 삼일포] 
 
이유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김연수 작가가 좋다. 이유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작가와 차별이 되는 김연수 작가만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생각해 봐도 사실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연수 작가의 신작은 예약해서 구입하게 되고, 카톡 프사에 망설임 없이 반영하게 된다.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돌아보면 읽었어도 무슨 내용인지 기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도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왜 김연수 작가에게 끌리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이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소설과 소설 속 인물들이 고등학교 때 배웠던 ‘哀而不悲(애이불비)‘를 지향하고 있어서...
 
대개 글로 표현된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이미 다 지나가 버린 예전의 이야기를 그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 듣게 되는 구성이라 나는 이야기의 바깥쪽에서 작가에게 마음껏 휘둘리게 된다. 읽으면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질투하고, 욕하고, 연민하고 안타까워한다. 책을 덮고 나서 그 마음들이 모여 여운으로 남는다. 때때로 여운이 불편하고 찜찜한 감정으로 남기도 하고. 
 
대개 책을 덮은 후 나는 그 여운을 즐기며 ‘그 사람들은 (이야기가 끝난 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와  ‘(이야기 속에서) 과거에는 왜 그랬을까‘를 곱씹게 된다. 소설을 읽는 마음이 이런 여운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소설 속 인물이 의 삶이 너무 구체적으로 다가오며 괴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 감정이입이라고 할텐데,(참고로 나는 T다. F성향이 꽤 있는)  소설 속 인물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너무 슬프고 처절할 것 같아서 차라리 이야기의 끝에서 생명을 거뒀으면 하고 작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김연수 작가 속 소설 인물들은 여운은 남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 이런 마음을 애이불비라고 배웠었지.. 슬프되 비극적이지는 않다..) 이 단편 소설집에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넘쳐난다. 죽고 싶거나, 죽어가고 있거나, 이미 죽었거나. 어느 가을날 죽고 싶어 하는 이에게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위로를 하고자 하고(우리 인생의 목격자), 어떤 이야기에서는 떠난 애인-아마도 스스로 삶을 마감했을 것 같은-을 다른 이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회고하며 좀 더 다정하게 굴었어야 한다(수면 위로)는 생각을 한다. 각 단편은 현재의 어느 시점에서 시작해 표제작인 눈 내리는 삼일포 속 과거를 지나 머지않은 미래 시대의 어느 시점에서 계속된다. 이미 죽은 사람들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는 것을 다른 세계로의 이주라 표현하며 힘든 현실을 떠나길 꿈꾸는 손녀를 찾아가는 할아버지(동풍은 어디로 흩어지는지)와 인공지능이 진화하여 인공 마음이 되어 살고 있는 ‘신의 마음 아래에서‘ 에서도 인간은 인간의 마음을 궁금해 하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단편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고 나열된 독립적 이야기의 순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어느 시점에서 출발해 조선 후기쯤의 과거를 지나 머지 않은 미래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어떠한가? 죽음에 대한 마음은 ‘나의 죽음‘에 대한 마음을 설명하는 1인칭 시점 보다는 주변인의 죽음과 관련한 제 3자의 관찰이 독자에게도 잘 와 닿는 것 같다. 독자 역시 제 3자가 되어 관찰자의 역할로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왕따로 친구를 죽이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이의 마음을 복원하여 떠난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신의 마음 아래에서), 아픈 아이의 약을 구하고자 자신의 신념을 버리는 아버지의 마음(눈 내리는 삼일포), 소설가가 된 딸이 마음을 이해하고자 예전 기억을 더듬는 아버지의 마음(그리고 밤과 가을이)이 있다. 

인공지능이 마음으로 진화한 미래에서 인간의 마음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지금의 인공지능은 결국 인공 마음으로 진화해 가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마음은 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 (마음이론이라는 책에는 왠지 답이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다니, 대단한 걸..)

결국 모든 이야기는 나를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인간을 이해하기위해, 다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또 그 인간 밖(동식물, 자연, 우주 등등..)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과 철학을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장 인간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소설_언어로 된 이야기_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의 여러 이야기가
나에겐 이런 메시지를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 가능성들은 모두 붕괴되고 이 삶만 나의 삶이 됐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 269p. 눈 내리는 삼일포 소설집 중 ‘그리고 밤과 가을이‘ 중에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