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칭기스칸 - 유목민에게 배우는 21세기 경영전략 SERI 연구에세이 2
김종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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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지 않는 삶이란 불안할 것 같지만, 그걸 오히려 정상으로 여기는 삶이 있다. 정착을 수치로 여기고, '정착하라'는 말을 저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떠돌이', '집시' 등의 정착하지 않음을 내포한 이 단어들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의 언어인데 말이다.

생존과 생계를 위해서 정착하지 못하고 이동하면서 살아야 하는 민족들이 있다. 유목민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말이나 소, 양 등을 먹일 풀을 찾아 이동하는 삶을 산다. 지금으로부터 800년전에 살았던 칭기스칸의 삶 또한 유라시아의 광활한 초원에서 떠도는 유목민의 삶이었다.

이 책은 칭기스칸과 그의 민족인 몽골족에 대해, 그들의 생존방식에 대해, 그리고 정착사회의 한계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은 12세기와 14세기에 걸쳐서, 약 170년간 존속했다. 정복한 땅은 777만 평방 킬로미터로, 동쪽의 고려에서 서쪽의 헝가리까지, 북쪽 시베리아에서 남쪽 베트남 근방까지에 이른다. 몽골제국의 영토확장은 '가난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몽골인들을 해방시키는 길은 몽골 고원 바깥에 있다'고 한 칭기스칸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바깥으로 향한 삶,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에 맞춰 소지품을 간소화하고 정보를 능란하게 수집하고 속도를 중시하였으며,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감으로써 그들은 생존하고 번영하였다.

칭기스칸이 무수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결은, 첫째 '개인적인' 약탈을 허용하지 않고, 전쟁의 공과 전리품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므로써. 조직원들의 사기와 충성도를 높인데 있다. 둘째는 기동성에의 몰입이다. 기동성을 위해서 말을 이용하고, 소지품을 간소화하고, 신소재의 무기를 사용했으며, 음식까지도 기동성을 고려할 정도였다. 세번째 비결은 정보마인드이다. 정보화 마인드로 무장하여 첩보전과 심리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였다. 네번째 비결은 호환성 또는 다양성의 인정이다. 칭기스칸의 군대는 점령지의 종교나 문화를 인정했고, 포로들 또한 쓸모있다면 적극 수용했다. 다섯번째는 신기술의 우대였다. 그것만이 환경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마지막으로 여섯번째는 공정한 대우였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고, 남녀간 혹은 몽골민족과 점령지인간의 차별을 금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시스템과 마인드를 갖추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듯 하다.

저자는 칭기스칸의 유목사회를 수평사회로, 농경 정착사회를 수직사회라 말한다. 농경 정착사회의 폐쇄성과 극단적인 소유의식, 관료제의 폐해를 지적한다. 권력, 민주주의, 예술 등은 정착문화의 성격이 짙으며, 땅이나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 또한 그렇다. 반면, 유목민의 삶에서는 개방성이 중요하고, 소유는 간소화 해야 하며 관료제보다는 공동체 의식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

21세기 들어 잡 노마드, 노마디즘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던 것 같다. '잡 노마드(Job Nomad)'는 평생 한 직장, 한 지역 그리고 한 가지 업종에 매여 살지 않는 부류를 일컫는다고 한다. '노마디즘(Nomadism)'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이라고 한다(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정착이 더 이상 안정과 여유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궁핍을 나타내는 말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또한 역사를 길게 보면 인류는 이동과 정착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지금은 이동할 시기가 아닌가도 상상하게 된다.


- 인상깊은 구절 -
'수직 사회에서 창의력 약화는 필연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시키기만 하면 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대신 기억력이 존중되고 발달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다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경쟁도 기억력 겨루기가 핵심이다. 기억력을 중시하는 사회는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 과거를 산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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