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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 -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개인투자자를 위한 주식.펀드 투자법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지음, 권성희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50페이지라는 두께에 질렸었지만, 읽다보니 내용은 쉽고 재미있다. 제1장에서 성 아그네스의 7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주식투자 수익률(2년간 70%)을 예로 들면서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고, 쉽게 투자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21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많은 업종이 거론된다. 하지만, IT산업(정보, 소프트웨어 등)에 관해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1장부터 6장까지, 책의 절반 분량이 주식투자의 원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식과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고 종목을 발굴하라는 것, 경제전망 등에 착안하기 보다는 기업분석에 매진하라는 점 등이 주요 이슈다. 성장전망이 있고 기업의 재무구조가 좋다면, 블랙먼데이는 오히려 기회다. 요즘 우리 나라의 주식시장도 좋은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할 좋은 기회인 듯 하다. 이런 때를 대비해 현금보유를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
7장부터 20장까지는 피터린치가 주식을 사고 수익을 올렸던 종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통업 또는 체인점 관련주, 부동산 경기와 관련이 있는 주식, 이발소 체인점, 저성장 또는 저비용 산업, 상호저축은행, 경기순환주(철강,자동차,화학,제지,항공 등), 공공설비주(전력,가스,통신등), 공기업의 민영화, 패스트푸드 관련 주식 등등이다. 피터린치의 업이 펀드매니저이다 보니 이렇게 많은 업종에서 많은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15년 전에 출간된 것을 고려하면,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피터린치가 수익을 올렸던 기업들과 유사한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떠올리고자 하게 되었다. 유통업에서는 신세계를, 상호저축은행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을, 경기순환주에서는 현대자동차를, 부동산 경기와 관련이 있는 주식에서는 각종 건설주를, 저성장 산업에서는 경농과 동아타이어 등..
매매와 관련해서는, 요즘처럼 유류비가 인상되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국내의 리조트, 그것도 안되면 놀이공원을 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 자동차 판매대수가 줄고 관련 주가가 떨어지면 그 때 주식을 사야 한다. 그리고 경기가 좋아져서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그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 공기업이 민영화되고 시장에 상장될 때는 무조건 사야한다. 공기업은 정부와 유권자라는 정치논리까지도 반영되어 가격이 매겨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민영화할 공기업이 아직 많은 개도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좋을 것이다.
책 후반부에는 '1. 투자는 재미있고, 흥분되지만 위험하다. 기업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와 같은 25개의 황금률이 나와 있다. 그리고 출판사 편집자는 책 중간 중간에 나온 피터린치의 원칙(예 :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사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21개를 책 말미에서 다시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마젤란펀드를 맡은 1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30%에 육박했던 피터린치에게서 주식투자, 그것도 이기는 주식투자를 배우고자 한다면 이 46개의 원리원칙만을 읽어서는 안된다. 46개의 원리원칙이 나오게 되는 근거들은 책 곳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꼼꼼하게, 정독해야 한다. 책은 거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주식시장과 주가 추이를 여러개의 그래프와 도표로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기간 높은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데이트레이더들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긴 세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수익률은 인내의 결과이다.
한번 더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책 두께가 주는 압박감을 이겨 내고 싶다.
- 인상깊은 구절 -
'한때 보유했던 주식, 특히 팔아버린 후에 주가가 오른 주식을 신문의 주식 시세표에서 보지 않으려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이는 마치 옛날 애인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슈퍼마켓의 상품 진열대 통로를 눈치 보며 살금살금 지나가는 것과 같다. 자신이 판 뒤에 가격이 두배로 뛰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견디기 어려운 안타까움과 후회가 밀려들까봐 두려워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손가락 틈으로 주식 시세표를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해야 한다.'(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