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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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한다면

이 세상 누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단미는 올해로 11살. 4학년이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생쥐젤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다! 루미는 운동을 잘하는 단미의 단짝친구! 단미는 4학년 같은 반에서 돌아가면서 질의응답하는 글도 쓰면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이어가지만 어느순간부터 제일 친한 루미에게도 말못할 비밀이 생겨버린다, 아니! 부모님에게도 말할 수 없다! 꼬리가 펑! 하고 나와버린 걸 누구한테 말하겠는가! 윤나와 같은 아이돌 그룹을 하는 지안이에게 이 비밀을 들켜버리긴 했지만, 단미는 이 꼬리가 너무나도 싫다. 사라져버렸음 하는 비밀이다. 이런 단미의 비밀을 알게 된 부모님은 사실은 엄마는 구미호이고 아빠는 인간이지만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는것, 꼬리는 한개가 아니라 아홉개가 나올 거란걸 말씀해주신다. 오, 하늘이시여, 한개도 아니고 아홉개라니!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단미는 반에서 그룹을 만들고 하루 학교에서 자면서 학교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재이를 싫어한다고 대놓고 말하는게 얄미워서 싫다고 적은 윤나, 자신의 마음을 독심술로 읽어본다는 재이, 지안이, 단짝 루미와 고고학을 좋아하는 민재, 그리고 자신이 한팀이 된 것이다. 그것도 해골팀이란다. 해결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꼬리와의 전쟁까지 겪어야 하는 단미. 단미는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해 나갈까?









  이 소설은 아몬드의 손원평 작가의 첫번째 어린이 동화인 '위풍당당 여우꼬리'1편이다! 11살인 단미가 겪어야 할 커다란 비밀은 바로 꼬리! 단미는 그 꼬리가 싫다. 그래서 팀미션에서 나온 질문인 내가 좋아하는 나와 싫어하는 나를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싫다고 말할 수 없을정도의 커다란 비밀이기 때문이다.

❝난 너야. 너도 그걸 인정해야 해❞











    단미와 마찬가지로 나도 좋아하는 나와 싫어하는 내가 있다. 단미처럼 비밀로 할만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나 자신처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다. 싫어하는 나는 나의 약점같아서 최대한 숨기고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무척이나 단미가 신기했고, 단미의 방식이 나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졌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모두가 나!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과 협심해야 하는 것! 그것을 이 책을 읽고나서야, 이 나이가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더욱이 단미의 비밀은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이 알면 다들 놀라서 입을 쩍 벌릴만큼의 엄청난 비밀아닌가! 구미호라니! 꼬리가 나온다니! 그런데 지안이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단미는 나 자신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이미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한 어른의 시선으로 볼때는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었다.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할만큼!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한다면

이 세상 누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단미의 꼬리는 자기자신이자 자신이 숨기고싶어하는 본질, 그리고 비밀이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행동이다! 단미는 부모님, 친구들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비밀이자 진정한 자신이자 본질을 점점 알아가고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것은 단미 혼자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미의 선택을 항상 인정하고 이해해주려는 부모님. 서로 다르고 개성이 강하지만 서로를 받아줄 수 있는 친구들 덕택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4학년이면 가족보다 또래집단에게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나이다. 이기적이고 못되보이지만 마음이 여린 윤나, 씩씩하고 활발한 루미, 고고학을 좋아하지만 정리정돈은 꽝인 민재, 아이돌보다는 싱어송 라이터를 하고 싶은 민재, 그리고 본인을 어둑서니라고 표현하면서 비밀을 가진 단미와 자신이 닮았다고 말하는 재이까지. 단미는 이 친구들 갈등, 합심을 통해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발견하기도 하고 다른사람들을 보면서 배운다. 그러면서 서서히 꼬리가 자신의 일부라는 것 또한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은 또래집단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단미 나이 또래를 잘 보여주는 책이었고,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돋보이기도 했다. 단미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친구들도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다가가기 재미있었다. 또한 재이의 어둑서니가 새로운 비밀로 떠오를 것 같아서 무척 2권이 기대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후로는 비밀이나 다른사람들의 교류를 일정한 부분만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할 줄 알고 그것을 드러낼줄도 안다. 그런 점이 잘 드러났다. 나 자신도 나 자신의 싫은 점, 약한 점을 숨기고 고치려고만 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 모든 것들도 결국 내가 삶을 살면서 쌓아온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창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판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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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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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보다 나은 위로는 없다.

 

마스다 미리의 모든 책에는 공감이 있다. 공감 속에는 위로가 있다. 난 그녀가 그리는 인물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서른 다섯 살의 미혼여성.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항상 직장에서 들볶인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결혼은 해야 한다.’ 혹은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노후를 어떻게 감당할래, 마스다 미리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이 결혼에 대해 느끼는 무언의 압박을 나 또한 느꼈다. 격정의 20대를 지나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들은 20대를 넘어서 30대로 지나가는 시점에서, 그리고 서른 중반인 지금까지도 때때로 고민하고 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마스다 미리의 인물들과 나는 다를 바가 없어서,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공감되고 위로가 된다. 넌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 너는 괜찮아, 라며 마스다 미리는 자신만의 단순하고 담백한 표현으로 도닥여주었다. 나는 괜찮아, 나 같은 인생도 나쁘지 않아. 나는 충분히 잘해내고 있어. 라는 기운을 얻었다.

 

스스로가 틀리지 않았다고, 제대로 살아내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성난 도시는 항상 지쳐있었고 그 피로감에 동화되어 매일을 회사를 나가고 사람들과 복작거려야만 한다. 사회생활 십년동안 얻은 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체념과 일에 대한 부정이었다. 사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거나 도피를 한다던가. 서른세 살이 되고부터 나의 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20대의 꿈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되었다. 그것에 대한 최상의 방법이 주말엔 숲으로에 나오는 하야카와와 같이 시골’, ‘으로 가자, 였다.

 

시골에 가면 무엇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기도 막막해질지 모른다. 난 하야카와 같이 프리랜서도 아니고, 만화처럼 현실이 녹록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라이트를 켜고 어두운 숲을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밑만 보느냐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2-3m를 비춰서 앞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 따위가 전혀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은 단순히 무의식적인 도피다. 나는 내가 무엇 때문에 시골로 향하고 싶은가, 에 대한 목적 그리고 이유를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주말엔 숲으로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어떤 위로를 원하고 있는지. 직장 생활을 하는 마유미나 세스코는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직장 부하 직원에게 짜증을 내고, 거래처 직원들에게 내 잘못도 아닌 것을 추궁당하거나. 남자들에게 외모 비하를 당하거나 성차별적인 언사도 서슴없이 듣는다. 그래도 참는다. 길에서 바빠 설문조사 하지 않았다고 못생긴 것이, 라는 말을 듣거나 기분이 한없이 바닥을 치는 날은 상대방을 욕하고 죽길 바라며 기도하기도 한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나는 상처받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것이 내가 바라는 삶일까.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향하는 삶이란 말인가. 나란 인간은 고작 이 정도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다 미리는 주말엔 숲으로에서 말해주었다.

너도밤나무는 추위에 강해서 잘 부러지거나 하지 않는대. 너도밤나무는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나무라서 그런 거래. 부드러운 나무는 건축자재로 쓸 수 없지만 추위에 무척 강해. 부드러운 나무는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 거지.’

 

나는 너도밤나무가 되고 싶었다. 식물처럼 살고 싶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꽃을 피려고 노력하고 싶었다. 나는 그냥 인간이 아니라 이름이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고 받아들이고 사랑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하야카와가 마유미와 세스코에게 해주는 말은 나에게 해주는 말과 같았다. 내가 살고 싶었던 삶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해답이 없다. 무작정 숲으로 가서 살 수도 없다. 시골에 가서 살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하고, 아직은 직장생활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냥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마스다미리는 말해주었다. 인간은 목적지를 위해서만 걷는 것이 아니라고. 마유미와 세스코는 보여준다. 숲에서 얻은 지혜가 자신이 있는 공간 속에서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가짐 하나로 말이다.

 

몇 년 후 나는 시골로 가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여유를 찾아서 작은 꽃잎도 천천히 볼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서 힘내야 한다. 그저 고통 속의 회색삶을 살아갈 뿐만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찾아내고 싶다. 그러니까 내 스스로 변한다면, 마음을 바꾸어본다면 지금보다야 더 낫아지지 않을까.


마스다 미리가 주말엔 숲으로로 나의 등을 조금 쓰다듬고 밀어주는 듯 한 기분을 들었다.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주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 봐도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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