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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망현 內望顯 - 의사와 기자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본 김철중의 메디컬 소시올로지
김철중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들이 다른 학교 의대에 재입학한 사실로 여론이 들썩였다. 의사들의 태도와 가치관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단순히 전문직으로서 고수입을 올리는 '의사'는 다른 직업과는 무엇이 다를까?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의 책. 신문을 보다 우연히 그의 칼럼을 보았다. 그가 바라 보는 세상의 시각은 자뭇 따뜻하다. 항상 시끄럽고 어두운 팍팍한 신문지에서 보석같은 그의 글이 좋았다. 인터넷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내망현'이라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냉큼 구입. 강추한다. 꼭 봐라. 짧게 칼럼형식으로 써서 글 배우기에도 좋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아침마다 상쾌한 기분으로 <내망현>을 보았다.
평소 종합병원이나 의사들의 태도에 관심이 많다. 의사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엘리트 집단이다. 나도 어릴적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멋진 하얀 가운을 입고 예쁜 간호사 누나들에게 둘러 쌓여 진찰표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공부를 잘 하면 의사가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공부를 졸라개 잘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의사의 꿈은 저 멀리 던졌다. (학교는 졸업한 게 다행이지..)
목이 아파 병원에 갔었다. 디스크 증세가 보여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학병원은 어찌나 빠르게 진찰을 하던지. 대기 넘기는 것도 엄청 빠르다. 짜증이 났다. 한 성깔 하는나는 병원 전체가 울려퍼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직원에게 따졌다. 여기요, 노인분들도 많으신데, 왜 이렇게 벨을 빨리 누릅니까? 하고 시원하게 성깔 풀이(?)를 했다. 병원에는 몇 십명의 노인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중이었다. 이 노인네들, 나보다 훨씬 힘들겠지?
진료를 받았더니 3분도 안되서 일단 MRI촬영을 하라 한다. 얼만데요? 80만원이요. 얼마라고? 다시 말해봐 씨발. 아, 그래요? 꽤 비싸네요. 선생님, 죄송하지만 다음 월급날 지나서 예약 잡을 수 있나요? 그리고 꼼짝앉고 3일을 집에서 버텨 나는 다행히 디스크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하루에 백 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보는 의사의 눈에는 환자가 어떻게 보일까? 몸이 아파 도와줘야 하는 노인? 한 명에 80만원짜리 사진을 찍는 고객? 모르겠다. 그들이 판단하겠지. 간호사들은 어떻게 보일까? 그 병원엔 간호사들이 다 예쁘던데. 남자들의 판타지는 역시 간호사! (...) 에이, 그럴리가! 의사같은 엘리트 양반들이 설마 여자 좀 이쁘다고 침 흘릴까. 고대 의대생 사건으로 의사도 침이 흐름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본능을 누가 말려. 다만 최소한 인간적인 행동 안에서 본능도 표출해야 정상일 뿐. 의사도 직업인이라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늘려야 돈을 버는 건 맞다. 그러니 의사와 환자라는 특성을 가진 병원에서 이들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대안을 갖고 있어야 겠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
<내망현>은 의사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다. 의사의 시각에서 보는 병원의 모습도 흥미롭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암 전문의가 공교롭게도 암에 걸린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평생 암 치료를 위해 노력한 따뜻한 이야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