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보급판)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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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잡스. 항상 우리 손바닥 안에 있는 잡스의 발명품이자 장난감(?)에 우리는 매달 충성스럽게 요금을 바치며 불평하면서도 여전히 그가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어준 것에는 찬양을 아끼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

 

 언제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그렇듯 '편견 없이 썼다. 그의 단점까지도.'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쓴 글인 이상 편견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위인전조차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면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이렇게 '예쁜 마음씨'만 갖고 살았을까? 라는 것에 의문을 달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뭐 사실이기도 할 테지만, 애초에 스티브 잡스는 '해적 정신'을 숭상하며 괴팍스러움으로 가득한 사람이라고 못을 박는다. 심지어 일종의 정식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리고 이 괴팍한 남자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그의 화끈한 매력에 조금씩 물들어 간다. 

 

 너무나 유명한 사실들이지만 20대에 창고에서 애플을 창립했고,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 세운 픽사에서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토이스토리. 곧 연봉 1달러를 받으며 애플로 복귀, 위기에 빠진 애플에서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아이폰. 될 놈은 어딜 가든 된다는 말을 철저하게 확인시켜준 장본인. 세계 시장을 놀이터 다루듯 내놓았다 하면 세계인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도대체 그의 '미친 성공'의 원천은 어디서 왔을까?

 

 많은 독자들이 이런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이 두꺼운 책을 집어 든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언론을 통해 너무나 많이 노출된 잡스의 특별함은 이 두꺼운 책에서도, 그저 상세하고 자세할 뿐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쓴 글이 아니기 때문이거나, 또는 자신의 단점도 마음껏 쓰라는 특별 주문(?)을 받은 저자의 자유로운 표현 때문인지 잡스의 '나쁜 남자 매력'을 실컫 구경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진다. 아무튼 그의 성공의 원인을 저자는 다음으로 요약한다.

 

 1.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서 생각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2. 또는 그의 괴팍한 완벽주의 기질 덕분이다. 

 

 1번에서 놀라운 상상력과 제품에 대한 독창성을 만들었고,

 2번에서 이를 실현하는 미친 추진력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 이 책 이전에도 몇 번 소개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들이 뒷받침해서 일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고 실감 넘친다.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의미를 확인한다. 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 많은 집중을 받은 현대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행보는 세계인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나도 스티브 잡스를 본받아 대학 중퇴를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낮은 점수 받을 바에야... 하는 포기 심리도 있긴 했지만.

 

 잡스도 해적 정신에 매료된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가 선장으로서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일주일 간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을 팀원들에게 시키고도 팀원들이 '불만을 갖기 않게 하는 능력' 이었다고 한다. 그 업무량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불만을 갖지 않게 하는 능력이라고 볼 만큼, 엄청나게.

 

 조금 다른 면에서 그의 일대기를 되짚어 보자.

 

 잡스를 보면서 제품을 만든다는 '제조업'의 매력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정장 입고 일하는 모습을 갈망한다. 실상 중요한 일들은 컴퓨터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 한다.) 커피를 한 잔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여유 있게 마우스를 클릭하는 모습을 '멋지게 돈 버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앉아서 키보드랑 마우스만 갖고 장난질(?)하는 멍청이들이 너무 많아졌다. 계속 그래봤자 우리는 이용객이자 소비자에 불과할 뿐이다.

 

 모두들 뛰어난 제품을 보면 감탄하면서도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연관되기는 꺼려한다. 작업복을 입은 엔지니어보다는 하얀 가운 입은 의사와 정장 입은 경영자를 우대하는 것, 이런 분위기가 이런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철저하게 막는 건 아닐지. 하긴 누구나 하는 말이라 또 하면 지겹겠다.

 

 책을 덮으며 내 나름 뽑아낸 교훈을 곱씹는다.

 오늘도 해적 정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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