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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평전
조르주 보르도노브 지음, 나은주 옮김, 이용재 감수 / 열대림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나폴레옹>은 억양부터 감기는 맛이 있는 게 이름이 정이 간다. 나폴레옹 법전. 나폴레옹 양주. 나폴레옹 전쟁. 강해 보이고 아주 친숙한 이름. 나폴레옹, 프랑스의 영웅, 또는 영웅이어야 하는 존재. 나폴나폴거리는 레옹. 하하하핳아난이런게느므좋다ㅠㅠ
<나폴레옹 평전>, 조르주 보르도노브 저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를 외치는 지존급 최종 보스의 포스를 아낌없이 풍기는 역사 인물. 그가 왕으로 즉위 한 뒤 프랑스는 유럽을 말 그대로 '제패'한다. 그와 관련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옮겨 쓰기 지루할 정도로 널려 있으니 딱히 적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런 귀찮은 작업을 충실히 적어낸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나폴레옹 평전>이다. 저자에 의하면 나폴레옹을 어떠한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그의 일대기를 그렸다고 한다. 인간적인 면모까지 최대한, 삽살개처럼 샅샅이.
개인적으로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을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서적이나 이런 저런 자료들을 뒤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편견이 심한 사람인지라 그의 성장기 이야기만 기억에 남는다. 황제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는 정치적인 싸움과 전쟁이 주요 이야기라 흥미가 떨어진다. 사실 그 시절 걔네들 정치 싸움이 뭐 궁금할까 싶다. 지금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그의 성장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다. 키도 작고 말도 버벅대고 친구 관계도 좋지 않았다. 심지어 코르시카인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국가 정체성까지 혼란스러워 어린 시절부터 이미 세상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며 성장한다. 한마디로 세상에 얻어터지면서 맞고 자란 셈인데, 그런 꼬마 나폴레옹에게 한 가지 유일한 무기는 '집념'.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에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꼬마는 특히 책 읽기를 좋아했다. 우리 말로 '빡칠' 때마다, 독서에 몰두함으로써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멋지다! 지식을 갈구하며 무언가를 받아 적는 사유의 힘, 그 습관의 힘이 유럽을 제패하는 원천이었다니! 남자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다면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들려주는 게 가장 효과적일 듯 싶다.
'그가 입을 열어 그동안 갈고 닦은 사유의 힘을 공기 중에 풀어 놓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집중했으며, 그의 신선한 매력은 그의 남루한 옷차림을 가리고도 남았다.'
'다른 장교들의 방에 옷이 쌓여 갈 때, 나폴레옹의 방에는 책들이 쌓여 갔다.'
개인적으로 항상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쫄지 말자. 가진 거 없어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자!
(안타깝게도 현실은 잘생기고 잘 빠진 패셔니스트가 우대 받는다는 확실한 진실은 잠시 잊자. 때로는 말할 기회조차 가질 수가 없다. 소개팅에서 사진부터 까이는 현실. 씨팔ㅠㅠ.)
이런 나폴레옹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일까, 객관적인 평전이라곤 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위대한 인물을 찬양하는 문장들로 보였다. 저자는 나름 침착하게 말하지만 결국 빛나는 물체를 그림자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한 지, 그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프랑스나 러시아 저자들의 글은 보기가 어렵다. 이름부터 어렵다. 나폴레옹 말고는 이름 짧은 푸셰정도나 들어오지 나머지는 기억도 안 난다. 왕당파, 자코뱅파, 어쩌구, 정신이 없다. 지명 이름은 더 복잡하다. 물론, 나만 그럴지도.
막판에는 나폴레옹이 정치적으로 추락하며 느끼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그 광경이 어쩐지 어색하지가 않다. 오히려 더 위대해 보인다랄까. 어쨌든 당시의 나폴레옹의 발자취가 곧 유럽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여러모로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어보인다. 결론은 알다시피, 너무나 안타깝게도 사전에 불가능을 입력시키고 끝이 난다. 그러나 인간적인 능력치에서 그의 면모에서 불가능은 없었다는 말에 딱히 토 달 사람이 몇이나 될까. 토 달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