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16,000개의 도서관 1,500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개정판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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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rosoft의 중역으로 일하다 다 때려 치고 네팔 히말라야에 도서관 세우는 일에 모든 걸 바치는 말 그대로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면 참 멍청한, 그것도 매우) 괴짜 존 우드의 책이다.

 

<히말라야 도서관>, 존 우드 저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인용한 것으로 존 우드의 이야기를 듣고 짜릿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의 책을 읽기도 전이었지만 그저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멋진 그의 이야기. 책에는 그가 세계 일류 대기업 직장을 때려 치고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과정, 인생에 있어서 '대체 뭘 할 건데?'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의 행보까지 세세하게 그려 준다.

 

 책은 전반적으로 묵직한 분위기도 있다. 대단한 사람의 대단한 결심, 그리고 대단한 약력과 대단한 행보들. 이런 이야기는 역겨워서 듣기 싫다. 그러다 '자기만 드럽게 잘났어요 아주.' 하고 덮어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존 우드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대단한 사람인 건 맞지만 그의 대단한 행보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이 형 얘기는 듣기가 좋다.

 

- 존 우드 형 이야기.

 

 아는 형이 Microsoft를 다녀. 알어? MS야. 대단한 형이지. 근데 그 형이 네팔로 여행을 갔어. 갔는데 그 높은 산골짜기에 꼬마들이 있더라구. 책을 읽고 싶대. 자기들은 책이 없대. 어쩌라는 거야. 어쨌든 그냥 저냥 몇 권 던져 주고 왔대. 알다시피 그 형은 대단한 형이잖아. 세계적 대기업의 중역인데. 아무튼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갔어. 책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스케줄을 확인해. 회의 시간, 출장 가야할 비행기표, 미팅할 사람들을 체크하고 업무를 시작하지. 근데 자꾸 꼬맹이들이 생각난다고 하더라. 책을 읽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들이. 놀랍게도 이 꼬맹이들이 세계 일류 기업 MS의 중역 자리 보다 강한 힘을 가졌었던 것 같아. 이 미친 형은 MS를 때려 치고 나가버려. 꼬마들의 눈동자가 잊혀 지지 않았대. 심지어 사귀던 여자 친구마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여자도 잘 나가.) 뿌리 치고는. 그 꼬마들이 뭐라고. 미친 거 아닐까? 그러니까 그야말로 미치도록 박력 있는 남자 그 자체야. 존 우드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해.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을 어디에 써야할지 확신과 자부심을 갖지. (제기랄, 더럽게 멋지네.) MS출신답게 인맥도 화려한 것 같아. 단박에 엄청난 조력자들을 끌어 모으지. 결국 도서관을 설립하는 재단까지 만들어...

 

 이렇게 존 우드 형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에 대한 몽롱한 연애 감정 같은 것이 되살아 난다. 최인훈이 <광장>에서 '정리된 서재의 책들이 하나 둘 씩 늘어 갈 때마다 몸 안의 깨끗한 세포가 늘어 나는 것 같다.' 는 말처럼 서재에 늘어나는 책들은 우리에게 묘한 기대감과 희망 따위를 준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면 배불러 터진 돼지새끼야! 라고 답해줘야 한다. 많을수록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네팔 산골짜기 꼬마들이 '샬롯의 거미줄'같은 멋진 동화를 전혀 모르고 살아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에게 동정을 갖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저 같은 독서 친구로서 안타깝다는 말이다. '그 책 봤어? 웃기지 않냐? 돼지랑 거미가 무슨 말을 해.' 이런 잡담을 지껄일 친구들. 좀 더 감상적으로 말해서 독서가 주는 삶의 지혜를 온 몸으로 받을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함께 나눌 친구들. 우리에게는 흔해 빠져 수험생용 베개로도 쓰이는 책 몇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니!

 

 존 우드 형이 아이들에게 '몇 권 던져준 것'은 사실은 대단한 선물을 준 것이었다. 그래, 우리는 이 흔한 책 몇 권 정도는 '던져줄 만큼' 차고 넘친다. 물건 좀 던지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뭐라도 던질 용기가 부족할 때가 오히려 많은 것 같다.

 

 함께 도서관 설립 재단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음. 일단 Microsoft에 취업해서 중역이 되면.

 아직은 용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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