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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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해운회사 영업사원으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영업사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남다르다. 갑자기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소설을 쓸 수가 없어요. 연상작용이 너무 많이 일어나요. 그리고 그것이 방해가 됩니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생활을 한 삼 년 동안 굉장히 많은 글들을 썼어요. 한 인간이 삼 년 동안 쓴 글 중에 대표작이 무엇이었냐면 글쎄, 왕입니다요입니다. 그때 그 생활 때문인지 제목에 대한 노이로제가 좀 있어요. 카피라이터 하면서 시달린 것 때문에.

 

<지구영웅전설>에 실린 소설가 하성란과 박민규의 인터뷰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 인터뷰에 드러난 박민규의 말들이, 작가에게 홀딱 빠져버리게 된 두 번째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첫 번째 이유는 물론 그의 문체였고.

 

인터넷 포탈 사이트들이 쏟아내는 화제들 속에는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는 개인의 생활<카스테라>의 인물들에게는 문제이다. 아주 당연한 이 생활의 문제가 오히려 <카스테라>의 젊은이들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 만큼, 요즘의 젊은이들-아무튼 동세대인 우리들의 모습에는 이상할 정도로 생활이 결여되어 있다. 그런 인물들이 박민규 소설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박민규의 정도(?)를 벗어난 문체들이고 <카스테라>의 비상구 역할을 하는 판타지이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우리는 박민규가 농담처럼 걸어오는 소설을 만나고, 판타지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으면서 다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진심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경험을 쓰지 못한다는 작가 자신의 부정때문인지, <카스테라>의 고난한 삶을 사는 인물들에게 품고 있는 작가의 애정과 위로에는 판타지라는 완충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판타지는 <카스테라>의 인물들에게, 그리고 읽는 이에게 숨구멍이 되어준다. 어느 정도는 작가에게도...?

 

또 하나, 책 표지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등장동물들이 작가의 손으로 직접 그려졌다는 즐거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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