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달력 1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가장 믿고 보는 작가인 장용민의 소설입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 이은 2번째로 나온 '신의 달력'이라는 책인데,  도대체 이 아저씨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재 선정과 그 소재를 픽션, 일종의 영화처럼 여러 장르를 버무리는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 소설을 준비하는데 5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단순히 타고난 능력외에도 엄청난 노력파인듯 합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하워드 레이크는 소아성욕자에게 딸을 납치, 살해당한 이후로 사회에 대한 믿음도,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도 모두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원래 역사학자였는데 딸이 납치 당한 이후에 경찰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없자 직접 딸을 추적하게 되었고, 딸은 잃었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사립 탐정을 하고 있죠.

어느날 하워드에게 나타난 한 여인이 찾아와서 자신의 딸이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는데 반쯤 미쳤다, 그래서 범인을 찾아서 복수를 하고 싶으니 꼭 좀 찾아달라고 하며 '새뮤얼 베케트'라는 한 남자를 찾아줄 것을 의뢰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행방을 쫓다보니 뭔가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죠. 목격자에 따르면 30대 초반의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서류상 나이는 이미 134세를 넘겼고,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괴델, 뉴턴들의 연구 업적에도 새뮤얼 베케트라는 사람이 등장한다는거죠.  그리고 이 사람의 행방을 쫓을수록 점점 거대한 무언가 음모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기본 골격은 기독교의 종말론과 다른 문명권들의 종말론이 서로 비슷하다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종교가 다르지만 종말론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에 신은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 신을 서로 다른 사람, 문명들이 만나서 각자 자신들이 느낀대로 종교가 만들어지다보니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신은 하나라는거죠.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이지 않나요 ?

 

아직 대학에 적을 두고 있던 시절 그는 마야인이 남긴 고대 달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고대 문자 해독의 권위자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실은 마야 문명 마니아에 가까웠던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미의 고대 문명 중 유일하게 완벽한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던 마야인들은 그들의 문자를 기반으로 인류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25만 년짜리 달력을 만들었다. 그들은 그것을 '졸킨'이라고 불렀는데, 마야어로는 '날짜 세기'라는 뜻이다.

하워드는 모든 단서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걸리버와 콜럼버스, 라퓨타와 마추픽추, 예수와 케찰코아틀, 그리고 새뮤얼 베켙. 이 모든 것은 또다시 졸킨에 예언된 종말의 날과 맞닿아 있었다. 하워드는 인류의 역사 전체가 신의 문을 열기 위한 거대한 열쇠처럼 느껴졌다.​ (책 내용 중에서 발췌)

​이 책 덕분에 신화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흥미가 생겨서 신화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노아의 방주나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홍수 신화 이야기나 비슷비슷한거죠. 등장하는 인물들이야 서로 다르지만 큰 흐름 자체는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지 않으세요 ?

어쨌든 장용민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신의 달력'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냈네요. 마지막에 너무 나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결말을 낼 수 없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전히 장용민빠돌이로 충성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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