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굉장히 재미있게 듣고있는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팟캐스트라는 건 간단히 말하면 개인 인터넷 방송(물론 공중파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습니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잖아요. 그러니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있겠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건 공중파로 한정이 되어있었는데, 기술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서 이러한 개인(집단)들도 방송을 할 수 있게 된거죠. 실제로 이러한 개인(혹은 집단)들의 방송의 힘이 이제는 공중파와 맞붙어도 할만하다는 느낌까지도 받게 했던 게, 꽤나 오래전에 이슈되었던 '나꼼수'라는 방송이었죠. 아, 그러고보니 최근에 여성비하발언으로 문제가 되었던 옹달샘의 방송도 팟캐스트의 일종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날때마다 즐겨듣는 팟캐스트들이 몇 개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타이틀의 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많은 게스트들이 나와서 웃고 떠드는 방송보다는 한 명의 진행자가 차분하게 방송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수의 게스트가 나오면 뭔가 산만하고 정신이 사나워서), 이 방송만은 예외로 하기로 했어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니 제목부터가 뭔가 야리꾸리한데, 말 그대로 사람이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깊게가 아니라 얕게 파해쳐 줍니다. 채사장, 깡선생, 이독실, 김도인의 4명이 특정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을 해나가는 방식인데, 우선 4명의 박식함에 놀라게 되고, 더 놀라운 건 이러한 박식함을 굉장히 쉽게 전달하는 내공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고 싶지만, 책에 대한 리뷰이니 각설하고, 어쨌든 이렇게 즐겨듣는 방송인데 여기서 다루었던 내용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놨다고 하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한국, 인문교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자, 그러면 과연 읽은 소감은 어떠하냐고 물으신다면 "대박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성주 버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정치, 사회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이 없으니 아는 것도 없어서 대선이나 국회위원 선거가 있을때면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이지'라는 태도로 초지일관 살아왔는데, 책을 보다보니 반성이 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그리고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너와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교양과 인문학으로서의 넓고 얕은 지식이 우리를 심오한 어른들의 대화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누군가와의 대화는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아니면 하루종일이든 떠들을 수 있겠지만, 대화라는 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혹은 전혀 모르는) 주제를 하루종일 듣는 것만큼 고역인 일도 없겠죠.
 
그러니 대화를 위해서는 소통을 위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필요합니다. 이 공통분모는 딱히 대한민국국민에게 한정되는 게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교양, 인문학인거죠. 또, 인문학 타령이냐라고 하는 혹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 책은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아니고, 정말로 지적대화를 위한 넓지만 얕은 지식을 - 얕지만 심플하면서, 넓지만 개념이 충만한 -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지적인 대화는 분명 '놀이'지만 나의 이익을 위한 심오한 '놀이'다. 스포츠, 연예, 이성 문제, 상사 욕하기도 분명히 재미있는 대화놀이일 수 있으나, 경제와 정치에 대한 조금은 심오한 대화놀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조금은 더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유용한 놀이라고 하겠다.

경제와 정치는 혹자에게는 (물론 저도 그렇지만) 별로 알고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경제와 정치는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야만 하는 필수불가불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정치라는 게 뭔지를 알면 우리 나라가, 혹은 이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도 생기게 되니 이왕이면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저도 정치에는 굉장히 무관심한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이 책을 보니 왜 우리나라가 진보보다는 보수를, 사회민주주의보다는 신자유주의를 택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겠더라구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굉장히 마음이 찔리더군요.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은 생각보다 나약하고 무관심해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귀찮아한다. 미디어는 그 틈으로 파고들어 대중이 봐야 할 곳을 친절하고 세련되게 가르쳐준다

​어쨌든 너무 깊이 파고드는 책들만 보면 머리가 아프신 분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얕은 지식은 가지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이 책과 함께 지적 내공을 쌓아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경제를 공부해보고 싶지만,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산주의 등 많이 이상한 용어들에 두손두발 들고 정내미가 떨어지신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기초를 쌓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P.S

현재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묶어서 현실편으로, 그리고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등을 묶어서 현실 너머 편으로 2권이 출판된 상태입니다. 위의 글은 현실편을 보고 쓴 글이고, 하루빨리 현실 너머 편을 읽고 싶네요.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

다만 대략적으로 알아보면,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한국, 미국, 일본의 경우 대략 25퍼센트 내외의 세율을 유지한다. 수정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에는 대략 40퍼센트,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 50~60퍼센트 내외의 세율을 유지한다


 
자연권에 대한 해석은 국가마다 미세하게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받을 수 없는 절대적 권리로 서너 가지의 권리를 제시한다. 생명, 재산, 자유가 대표적이다. 즉 국가는 어떠한 특수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나의 생명을 침해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의 재산을 침해할 수 없으며, 나의 자유를 절대로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독특한 세계에 발 딛고 서 있는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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