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 - 21세기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을 위한 적록동맹 프로젝트
김현우 지음 / 나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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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선택이 녹색전환을 이끈다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4년 12월호

정의로운 전환/ 김현우 / 나름북스 / 201410/ 15,000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10월초 <경남지역 기계산업의 특징 및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기계산업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최근의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고, 기계산업의 세계적 추세인 IT 융합 부품산업이 취약하며,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나 충남에 비해 IT 융합도가 낮다고 한다. 그 결과 경남지역 기계산업은 금융위기 이후(200912) 연평균 2.3% 성장에 그쳐 전국평균(경남 제외, 8.9%)보다 훨씬 낮다. 물론 이러한 수치상의 하락이 장기적 추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산업의 급격한 변동(하락)에 대해 구체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본은 경영난과 산업 환경의 변화를 빌미로 먹고 튈 수는 있지만, 노동자와 노동자의 지역사회는 그럴 수 없기 때문(205)이다.

이러한 고민이 우리에게만 닥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의 루카스항공은 18천여 명을 고용할 정도로 큰 회사였지만 경쟁력 약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선진 활동가 마이크 쿨리 등은 루카스 플랜이라고 불리는 협동계획을 구상했다. 이 계획은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 기업 내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를 최소화 하는 생산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군수산업에 속했던 루카스항공은 이러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의료기기 등 적정기술과 인간중심 시스템을 적용한 새로운 실험을 기획했던 것이다.

스웨덴의 조선업 중심도시였던 말뫼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지역사회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에 밀려나면서 조선소는 문을 닫았고, 2002년 이 크레인은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려나갔다. 크레인이 떠나던 날 말뫼 시민들은 부둣가에 나와 떠나가는 크레인에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말뫼의 눈물은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크레인이 철거된 자리에는 마치 꽈배기처럼 꼬고 있는 친환경 고층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새워졌고, 곧 이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이 도시 인구 중 50만 명이 녹색 일자리를 갖고 있고, 전체 쓰레기의 98%를 재활용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상풍력발전소가 6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도시 교통의 절반은 자전거가 맡는다.

요컨대 말뫼의 경험과 루카스 플랜에는 산업의 지리적, 기술적 변동이라는 씨줄과 기후변화라는 날줄이 교차하고 있다. 한 지역(국가)의 고용안정과 산업생산의 안정화에만 집착해서는 지구적,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오일피크는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딘가에 떨어지는 모래 한 알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우연한 모래 한 알의 낙하가 아니라, 임계점에 다다른 지구의 생태적 한계이다. 선순환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준비자본의 몫이 아니다.

국제노총은(ITUC) 코펜하겐 총회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협약문에 넣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요구사항에는 기후변화 정책의 설계, 정책 수립, 모니터링에서 노동조합 등 모든 이해 당사자와의 협의와 적극적 참여’, ‘녹색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전통적 부문들의 녹색화 투자로 재정 방향 운용등이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노총(CLC)정의로운 전환을 공식적으로 노조의 입장으로 채택했다. ‘공정함재고용 또는 대체 고용’, ‘보상’, ‘지속 가능한 생산등을 포함하는 캐나다 노총의 프로그램은 많은 다른 노동조합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영국 철도항만운송노조(RMT)는 런던 히드로공항 확장 계획을 유보시키고 대신 환경친화적 궤도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유럽노총(ETUC)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CO240% 감축할 경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에 착수했으며, 미국노총(AFL-CIO) 30개 이상의 노동단체, 환경단체들은 아폴로 동맹(Apollo Alliance)을 만들어 녹색 일자리 창출과 청정에너지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의 건설노동자들은 숲을 비롯한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를 거부하는 활동, 즉 그린 밴(Green Ban)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잭 먼데이는 용산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뜻맞는 사람들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에서 활동과 연구를 하면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을 종횡무진 누볐던 노동당 당원 김현우는 우리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적색과 녹색의 씨앗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선구자인 미국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부터 시작해, 한국의 토니 마조치인 김말룡, 생태사회주의와 노동해방에 대한 이론적 검토, 녹색 일자리와 녹색 교통, 코펜하겐 투쟁의 경험, 그리고 한국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어색하지만 진지한 만남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한다. 더구나 이 책에 실린 저자의 글 중 상당수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해 설립된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기관지 함께하는 품에 실렸다는 것도 적록동맹의 지평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다.

우리 운동의 공백지점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검토는 한국의 적색과 녹색이 각자의 영토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차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모아진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어쩌면 서로가 자기 얘기만 하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막막함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90년대 김포매립지 농지의 상업용지 변경에 반대했던 민주노총 사무실을 동아건설 노동자들이 점거한 사건, 새만금 사업 반대에 항의해 농업기반공사노조가 탈퇴한 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환경단체와 전력노조의 대립 등은 적색과 녹색의 결합이 아직은 성과보다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적록정치의 전략, 예컨대 제조업 생산자-서비스업 생산자-농업 생산자-소비자사이의 적록연대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적록정치의 대안주체들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일 것이다. 그런 시도가 없지는 않다. 부산에서는 부산노동자생활협동조합이 움직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동당과 녹색당의 서울시당 당부가 적록포럼을 가동했다.

적록정치 vs 선진국(미중)-화석연료-산업 카르텔의 결정적 싸움이 또한번 예고되어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결국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번 2014년 겨울 페루 리마에서 열릴 기후변화 총회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강고한 저들에게 맞설 것인가? 미래를 위한 전략, ‘정의로운 전환을 방향타 삼아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에 나서보자.

 

 

<더 볼만한 자료>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 느린걸음 / 20149/ 12,000

기후변화와 노동계의 대응과제: 정의로운 전환자료집, 이유진, 장주영 등 /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 20081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7/ 송성수 편 / 녹두 / 1995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 who killed the electric car?/ 크리스 페인 감독, 2006년 선댄스영화제 출품작

영화실크우드/ 마이크 니콜스 감독, 메릴 스트립 주연 /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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