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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
로이 H. 윌리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서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자’, ‘기술’, ‘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있으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정말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고 어렵사리 실행을 해보지만 책에서처럼 결과에 이르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게 된다. 시선을 자극하는 제목의 책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방법들은 전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전부인 것 처럼 느껴지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책이 눈앞에 들어왔다.
‘내 삶의 진정한 주인공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를 첫번째 읽는 동안은 어릴 적 읽었던 동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았고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변호사가 데스티나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숲과 마을, 만나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상상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왕자는 변호사 자신이였고 왕국을 물려받기 위한 테스트로 비글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시작되는 ‘비글을 찾아서’라는 녹취록은 이 책을 읽으며 어렵게 만들었던 나만의 상상을 깨버리는 구성이였다. 이런 토론을 바로 보여주지 말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상상할 수 있는 지면을 마련해 주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차라리 147개의 질문이 있는 자유토론 부분이 앞서 나왔다면 이야기를 깊은 생각과 함께 다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글을 찾아서’에서 여운을 다소 상실하긴 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 첫번째 글을 읽을 때와는 달리 33단락의 이야기 모두가 크라이막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완벽이란 있을 수 없는 세상에서 완벽하려고 노력했던 경험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성취했던 기억들이 비글과 함께하는 여행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좌우에 짧막하게 나오는 명연들도 주변을 환기시키는 요소로 매우 적절한 설정이였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질문이 틀리면 답을 놓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이다. 해보지도 않고 혼자 상상하고 고민하다 포기했던 시간들,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이 여행에서 나의 뒷골을 잡아당긴 부분은 ‘헛된 희망의 바다’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부분이다. 첨벙 물속으로 뛰어들었는데 바다의 깊이가 고작 1미터… 헛된 희망의 바다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로또’와 비슷한 테스티나이 행 티켓을 기다리기만 할뿐 바다로 뛰어들 생각은 해보지도 않는다는 점이 우리가 세상을 사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다.
사람들은 가지 않은 길을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다. 크고 작은 일들이 있겠지만 내가 다른 것을 선택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 즐거운 상상이 될 수도 있고 아찔한 상상이 될 수도 있다. 오래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엇갈린 두가지 인생을 모두 살아보던 코너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만약 변호사가 안주의 마을에 그냥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책 마지막에 있는 147개의 질문의 해답을 모두 얻으려면 앞으로 이 책을 147번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즐거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