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무지개! 작지만 소중한 1
테리사 트린더 지음, 그랜트 스나이더 그림, 조은수 옮김 / 두마리토끼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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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그림책이라? 그림책의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구나. 

그림책이 연령이나 주제가 아니라 시대 이슈로 분류가 된다니... 훗날 포스트 코로나 그림책들은 어떤 모습일까 살짝 기대가 된다.


문맹자들을 위한 읽기 쓰기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시인, 테리사 트린더의 글과 치과의사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그랜트 스나이더가 함께 쓰고 그린  <There is a Rainbow>.

원서의 말맛은 번역과정에서 덜어내야 했지만, 메시지와 이미지는 고스란히 <내일은 무지개>에 담겨 한국 독자를 만났다. 

검색해보다가 그랜트 스나이더가 직접 이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트레이싱지에 다양한 필기구로 따뜻하고 깨끗한 느낌의 풍경과 무지개를 그려냈는데 그 덕에 인쇄된 모든 그림들이 반들반들한 종이 위에서 색연필이 묻어 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 나라에서 한참 진행된 바 있던 '덕분에' 캠페인, 그리고 코로나19로 학교문을 닫고 대신 노트북을 열면 모니터가 학교가 되는 '지금'이 애틋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 그래 그렇지. 나도 그렇지, 하며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 속에서도 희망을 그려내는 아이들의 마음이 무지개처럼 이쪽과 저쪽에 이어져 있다. 

어떤 이야기든 시작과 끝이 있다, 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이 이야기. 

온라인 학습에 지친 학생들, 학부모들, 선생님들 함께 읽고 서로를 토닥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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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음별 그림책 15
오카다 준 지음, 육아리 옮김 / 나는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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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을부르는고양이 #오카다준 #나는별 #육아리역 #집사의로망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 한국판(2020), <ネコとクラリネットふき (おはなし広場)>일본판(1996)


작년 5월 어는 날, 저의 20년 고양이 집사생활이 끝나버렸죠. 늘 제 발 아래, 무릎 위에서 골골골 소리를 기분 좋게 내주던 네꿀양이 떠나버렸기 때문이죠. 그 전인 2011년 개나리꽃 필무렵에는 시로군이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두 야옹이들의 목소리, 촉감이 뒤엉킨 추억 속에서 살아갑니다. 가끔은 불안합니다.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잊을까봐서. 인간의 기억력이란 특히 저의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추억을 되새기고, 되새기며 이 야옹이들이 제게 준 황금같던 시간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일은 고양이와 관련된 그림책들을 사 모았던 것입니다.

이 책들 말고도 다섯 권 정도가 더 있더라구요. 매 작품마다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아 맞아, 그래, 그래...'하고는 합니다. 사람도 사람마다 지능, 성격차이가 있듯 당연히 고양이들도 각기 다 다릅니다. 그래서 고양이에 관한 책들이 이리 많아도 다 다른 개성을 뽑냅니다. 아마 고양이 집사들 마다 고양이 그림책을 그린다면, 단 한권도 겹치지 않을 겁니다. 모든 그래서 거의 모든 고양이그림책들은 나름대로 다 사랑스럽답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야기조차도 저는 슬퍼요. 그래도, 네꿀양을, 시로군을 충분히 그리워하고 싶어서 늘 가까이 제 곁엔 그림책 고양이들이 있어요. 무릎에 세워 놓고 읽으면 무릎양이 되고, 베고 누우면 폭식한 베개 고양이가 되어주죠.

고양이집사로 살면서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냐 하면, 통통한 녀석들의 배를 베개 삼아 누었을 때였어요. 물론 배가 눌리지 않도록 살짝 목에 힘을 주기는 했지만 그 폭신한 털배위에 귀를 대고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와 <완두>


누우면 녀석들도 좋은지 늘 '골골골'송을 불러주었어요. 그래서 이런 그림이 나오면 그 순간이 떠올라서 한없이 행복해져요.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의 이 장면을 보자마자 전 정말 남들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어요. 바로 제가 꿈꾸던 그 그림 그대로였기 때문이죠. <완두>의 한 장면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고양이집사들이라면 꼭 한번씩 이런 장면을 상상해봤을 것 같아요. 저는 수없이 상상하고 바라던 장면입니다.


이 책은 제가 스무살 때 출간된 작품이더군요. 그때 과학교육관 앞 잔디밭에서에서 친구가 회색 턱시도 고양이를 주었어요. 그 고양이가 제게 맡겨져서 우리 가족의 전폭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던 시기였네요. 이름도 과학관 앞에서 주었다고 '퀴리'라고 불렀습니다. 때때로 엄마와 저는 퀴리를 두고 의미없는 애정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퀴리가 누굴 더 좋아하는지, 따위가 그땐 정말 모녀 사이도 갈라놓을만큼 중대했습니다. 하하. 다만 자유양이로 키운 탓에 어느 날 바람처럼 사라져 엄마도 저도 한동안 대문을 닫지 못하고 기다렸더랬죠. 끝내 퀴리는 죽었는지, 떠났는지 돌아오지 않았지만 퀴리와의 기억은 작고 소중한 보석처럼 우리 가족에게 남았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네꾸로, 그리고 시로가 제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연애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제 마음을 다독여주던 따뜻한 존재들이었죠. 제가 훌쩍훌쩍 울 때면 시로는 같이 울었어요. 네꾸로는 말없이 제 옆에 기대 누었구요. 제 동거 고양이들은 늘 감정을 질질 흘리고 다니던 저와 달랐어요. 그들이 필요할 때, 그리고 제가 필요할 때 교감할 줄 알았죠.

집사로 간택된다는 말이 있어요. <백 년 묵은 고양이 요무>에서 할머니집으로 찾아온 요무도 그렇고, <미미와 나>의 미미도 그래요. 고양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요.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의 첫 장면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의 첫 장면도 고양이가 집사를 간택하는 장면입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집 앞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어요."

어머,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집사입니다. 고로롱고로롱... 이 장면을 보는 내 몸 속에서도 울리는 고로롱고로롱.

가끔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고양이가 우리집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려준다면 다시 고양이 집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TV동물농장에 종종 고양이가 간택하는 집사들을 보면 부러워 못견디겠어요. 이 장면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런데 이 고양이, 정말 치명적입니다. 우유도, 말린 전갱이도 입에 대지 않아요. 클라리넷 소리를 먹어요. 게다가 그 소리를 먹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올라요!

아, 그런데 왜 클라리넷일까요? 문득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피가 작곡한가 생각났습니다. 이 곡은 표제음악의 대표곡 중 하나로 초등 음악 교과서의 단골 메뉴입니다. 이 곡을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어떤 악기와 등장인물이 어울리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바로 클라리넷으로 표현하죠! 할아버지는 바순, 새는 플루트, 집오리는 오보에, 늑대는 호른, 사냥꾼은 팀파니, 그리고 피터는 현악기들... 하하, 별 걸 다 기억하는 저는 초등교사 맞네요. 하여간 이 곡에서 통통한 고양이의 움직임과 울음소리를 표현하는데 클라리넷의 낮은 음을 활용하였는데, 실제로 고양이들이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네요.

궁금해서 '고양이와 클라리넷'을 검색했더니





이런 그림들이 쉽게 검색되네요!!

그래서 이 그림책을 읽을 땐 클라리넷 연주곡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가령,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아마 이 하얀고양이가 고로롱 소리를 내며 들었던 클라리넷곡이 이 곡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리고 집사랑 하늘을 날며 들었던 곡도요.

https://www.youtube.com/watch?v=5wPJWloT6-g




와우! '고양이 침대'까지는 상상해봤는데, 고양이와 함께 하늘을 날다니!! 이 장면을 만나는 고양이 집사들의 까무러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 작품 하나로, 저는 오카다 준의 다른 작품들이 몹시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한참동안 네꿀양과 시로군이 제게 가져다 주었던 행복을 소환해 그 기억 속에서 웃어봅니다.


-고로롱고로롱~ 골골골~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잘 지내니? 오늘밤은 내 꿈에서 클라리넷을 불러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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