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을 용기 -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승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와 같은 계열(?)일 줄 알고 샀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서른 살 시리즈'에 가깝다.

서른 살 시리즈를 읽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책이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사례를 짤막하게 제시한 뒤, 그 사례와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 말이다. 해결책도 나와 있긴 하나, 추상적이면서 단순하기까지 하다: "신경 끄고 살아라."

 

이 책 내용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면서도, 저자 스스로 모순된 얘기를 하는 등--적어도 내가 보기에-- 불편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를 읽고 나니 더 불편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처음 눈에 띤 내용이 이것이다: 잘못을 하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모두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없다'고 하였다. 비난하는 사람이 틀릴 수도 비난받는 사람이 옳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의 행동이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비난받는 사람이 왜 그 행동(잘못)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사람의 과거사까지 알 수도 없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비난하는 사람도 비난받는 사람처럼 행동했을 수도 있다.

자신에겐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나는 절대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살았다고 생각하는가. 나를 아는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처구니 없는 내용도 있다: 사소한 일에도 비난과 공격을 일삼으로 남을 깔아뭉개는 사람들은 비난이라는 성향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저자가 그 사람들의 성향이 타고났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가.

 

이런 내용도 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성격적인 바탕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성격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결정론의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타고나고, 그러므로 고칠 수 없다는 것. 목적론의 입장에서 사람의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스스로 고른(선택한)이다. 정말로 성격은 타고나는가.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인가.

많은 성격이론이 결정론을 취한다. 특히 MBTI가 그렇다. 내가 처음 MBTI 검사를 했을 때, 나는 INTJ형이었다. 지금은 ISTP다. 극단적인 내향형이었으나, 지금은 외향형에 가까워졌다. 또한 극단적인 판단형에서 판단형에 가까운 인식형이 되었다. 내 삶의 '목적'에 따라 내 스스로 성격을 바꾼 것이다.

 

위험한(?) 내용도 있다: 운동 중독으로 심리 상태를 치료하는 것이다.

운동 중독이라고? 일 중독도 좋지 않은데 운동 중독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라고? 아무리 봐도 잘못 제시한 해결책 같다.

 

이 책의 내용은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난 받는 것에 대해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독자라면, 이 책에 다소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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