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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ㅣ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대학교 도서관 한켠에 꽂혀 있던 《긍정의 배신》. '뻔한 내용이겠지' 하고 보지 않았다.
저자는 데일 카네기, 나폴레옹 힐, 지그 지글러도 무분별한 긍정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내게도 그 사람들의 책이 있었다. 읽지는 않았다. 읽고 싶지는 않은데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사람들의 이름을 보자 마자, 그 책들을 읽지도 않고 버려 버렸다.
전반적으로,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긍정적 사고가 심리학에도 뻗쳐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 했다. 저자가 문제 삼은 긍정적 사고는 마틴 샐리그먼뿐만 아니라 윌리엄 제임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나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참 좋아했다. 윌리엄 제임스가 했던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말 속에도 긍정적 사고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긍정심리학'은 이 긍정적 사고가 짙게 깔려 있는 심리학이다.
나는 긍정심리학은 공부하지 않았다. 지나친 부정적 사고를 상쇄하는 데 긍정적 사고가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긍정적 사고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데엔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을 때처럼) 긍정심리학도 내게 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데도, 그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고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긍정적 사고로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서 잘 살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데, 어찌 긍정적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들러 심리학에도 그 긍정적 사고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러의 삶을 고려해 본다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장기간의 부정적 사고가 불러일으키는 무력감을 아들러도 느끼며 살았을 테니. 그 무력감을 긍정적 사고로 (잠시나마) 가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테니.
그렇다고, 아들러 심리학이 긍정심리학과 완전히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들러 심리학은 우리에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지 않는다. 부정적 사고의 '목적'을 파악하고 교정하기를 권한다. 긍정적 사고를 하기 전에 왜 부정적 사고를 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긍정심리학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들먹인다면, 분명 긍정심리학의 목적에 맞게 아들러 심리학의 내용을 오해하거나 왜곡했을 것이다.
앞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 긍정적 사고가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이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